“전용 배출공간 만들어달라”
구청 “전용공간 마련 힘들어
문전배출이 최선…협조 부탁”
대구 서구 비산5동이 쓰레기 불법·무단 투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이 제대로 된 쓰레기 배출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일 오전 8시 30분께 대구 서구 비산5동의 한 주택가. 이곳에는 벽화 그림과 함께 ‘쓰레기는 자기 집 앞에 두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안내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양의 쓰레기가 쌓여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전봇대에 ‘쓰레기 불법 투기 감시카메라 작동 중, 위반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라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갖가지 쓰레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큰 대로변의 일부 가로수 나무 밑도 쓰레기장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일반 봉투에 담겨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역시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 이서도(68)씨는 “우리는 아주 예전부터 저곳(전봇대 밑)에 쓰레기를 버렸다”며 “구청이나 동사무소에서 밤에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두라고 하는데 안 가져갈까 봐 불안해서 그렇게 못 하겠다”고 말했다.
서구 비산5동은 작은 아파트 3곳에 사는 약 430세대를 제외한 대부분 주민이 일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대구시는 일반 주택의 경우 쓰레기 배출 장소가 따로 없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자기 집 문 앞에 내놓도록 했다. 하지만 비산5동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집 근처 전봇대나 가로수 나무 밑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어 동네가 지저분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오래전부터 쓰레기를 그렇게 버려 왔을 뿐만 아니라 각자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내놨을 때 환경미화원이 빠뜨리고 수거해 가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자기 집 앞에 쓰레기를 두게 할 것이 아니라 특정 장소에 제대로 된 쓰레기 배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주민 김성혜(여·65)씨는 “우리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 버리는 게 습관이 돼서 마음이 편하다”며 “차라리 아파트 같은 곳처럼 쓰레기 버리는 장소를 지정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서구 환경청소과 관계자는 “쓰레기 배출 공간을 만들면 우리도 편하고 좋지만 주민들이 여름에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자기 집 근처에 만드는 것을 꺼려해 어려움이 있다”며 “우리로서는 문전 쓰레기 배출이 최선이라고 판단하고 시행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믿고 같이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성환기자
s.h.jang@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