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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대구논단

왜 ‘클린로드’이며, 왜 ‘문탠로드’인가?

기사전송 2017-08-10, 20: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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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봉조 수필가
분지 형태의 대구는 한여름 더위의 기준이 될 정도로 무덥고 폭염이 심한 지역이다. 그리고 대구를 가로지르는 달구벌대로의 중앙 화단 옆에는 ‘클린로드(도로 물세척) 가동 확대’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대구시설공단에서 달구벌대로의 일정 구간에 주기적으로 도로 위에 물청소를 한다는 내용이다. 4월 11일(화)부터 9월 30일까지 클린로드(도로 물세척)를 실시하며, 여름철에는 더 확대하여 실시한다고 한다. 6월 1일부터 하루 3회(폭염 특보 발령 시 하루 4회) 미세먼지와 더위 저감을 위해, 지하철 2호선 내 10개 역사에서 유출되어 버려지는 지하수를 도로 분리대에 설치된 살수노즐을 통해 도로면에 분사하여 도로를 세척하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도로 세척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제거, 열섬현상 저감, 기온 하강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며, 시민들에게 당부사항도 안내가 되어 있다. 도로면에 물이 분사되는 동안 도로가 젖기 때문에 과속할 경우 위험하다며 중앙분리대 전광판에서 살수 전·후 상황을 안내하고 있으니, 이 구간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속도를 줄이고 안전운전을 부탁한다는 내용이다.

도로 위의 흙탕물이 차에 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도 물이 튀는 등 불편함이 많다는 불만의 소리도 있다. 하지만 시민 건강과 도시 경관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왜 ‘깨끗한 도로’라고 이해하기 쉽고 편리하게 표현하지 못하는지. ‘클린로드를 가동’한다는 표현은 듣기에도 어색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부산을 자주 찾는 편이다. 일전에 하와이에서 오래 살다 온 지인을 만나, 바닷바람을 벗 삼아 해운대 산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우리말에 능통하지 못하고, 나는 영어가 서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잘 못하는 언어로 대화를 하기로 은연 중 합의를 했다.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우거진 숲과 번화한 거리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해운대가 와이키키와 비슷하다며 그녀는 몹시 좋아했다.

긴 백사장을 지나 ‘달맞이길’로 발길을 옮기던 참이었다. 소나무가 우거진 달맞이길 입구에는 ‘문탠로드’라는 큼직한 안내판이 있었다. 문탠로드? 무슨 뜻이냐고 그녀가 물었다. 그녀는 잘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직접 사전을 찾아보고 익히는 등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노력을 하는 중인데, 우리말 사전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는 것이다. 나도 언뜻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해운대에서, 달맞이길을 영어로 표기하는 대신 우리말로 소리 나는 대로 적어놓은 것 같았다. 우리말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뜻은 몰라도 좋으니, 글자만 읽으라는 것인가. 세계적 관광 명소인 해운대에서 의미를 잃은 우리글이 그렇게 큰 글씨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아름답고 토속적인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이름 ‘달맞이길’이라고 쓰고 그 옆에 ‘moon tan road’라고 표기를 하는 것이, 훨씬 친절하고 정감이 넘칠 것 같다. 아울러 그렇게 쓰는 것이 외국인에게도 쉽게 이해가 될 수 있는 백번 옳은 표현방법이라 생각된다.

어린 학생들이 처음 외국어를 배울 때, 발음기호를 소리 나는 대로 적어서 의미 없이 외는 것은 차라리 귀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글과 우리말을 자랑스러워하고 널리 보급해야하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런 불필요한 친절까지 베풀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는 ‘빅워크 스페이스’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청년 창업자를 위한 지원과 협업 공간 제공을 위한 공유형 사무실이라는 것이다. 좋은 의미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뜻을 바로 알아들을 수 없는 애매한 표현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말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라 믿는다. 다만 세계화로 가는 길에, 영어를 우리말처럼 사용해보려는 의도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간다. 하지만 우리말은 우리말답게, 외국어는 외국어답게 써야한다.

굳이 영어를 사용하고 싶다면, 깨끗한 도로(clean road)와 달맞이길(moon tan road), 공유형 사무실(Big work space)이 올바른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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