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50여채 중 절반 이상 빈집
잡초·담쟁이 덩굴로 뒤덮여
주변엔 폐가구 등 쓰레기 천지
사는 집도 금가고 붕괴 우려
강풍·폭우땐 밤잠 설치기 일쑤
헬기 진동에 담벼락 ‘와르르’
주민 “지진이다” 급히 대피도
최근 대명5동 캠프워커 활주로 옆 주택가에선 폐·공가가 붕괴되는 사례가 잦아 주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찾은 대덕북길은 사람 한 명이 지나기에도 비좁은 골목으로 곳곳에 콘크리트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 골목의 50여 채 가운데 절반 이상은 빈 집이다. 일부 집은 허물어져 무성히 자라난 잡초와 담쟁이 덩굴에 파묻혀 형체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담 너머로 폐가전·가구, 건축 자재, 술병,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가 보였다.
그나마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슬레이트 지붕과 벽면 곳곳이 녹이 슬거나 갈라져 있어 붕괴 우려가 컸다. 이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지거나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이곳 주민 차태봉(77)씨는 지난 11일 밤 가슴을 쓸어내릴 정도로 아찔했던 기억을 전했다. 이날 오후 9시께 ‘우르릉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인근 빈 집의 담벼락이 무너져 내렸다. 당시 차씨와 이웃 주민들은 지진이 난 줄 알고 집 밖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그는 “운이 좋았다. 만약 누군가 이곳을 지나갔더라면 분명히 크게 다쳤을 것”이라며 “헬기 이륙 때의 진동 때문에 50년 된 낡은 집이 그대로 폭삭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헬기장 소음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들을 수 십년 째 괴롭히고 있다.
차씨는 “지난달 을지훈련 때는 우리집 지붕 바로 위에서 헬기 소리가 들려 가슴이 철렁했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 곳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피해 보상도 못 받고 30년 넘게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구청이 손대고 싶어도 슬럼화된 주거지 정비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폐·공가 부지는 수요와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울 뿐 아니라 소유주의 동의·협의 문제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남구청은 2018년 3월 캠프워커 일부 부지가 대구시에 반환되면 이 일대 환경 정비가 본격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지역은 올해 ‘캠프워커 북편 안전 행복마을 만들기’라는 국비 정비사업지로 선정된 상태다.
남구청 관계자는 “부지 반환과 함께 국비 정비사업이 추진되면 이 일대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소음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하고 구청이 지역주민들을 최대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나리기자 nnal2@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