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첨복의료복합단지는 4년간의 조성 공사를 거쳐 오는 11월이면 핵심 연구시설과 지원시설 구축을 완료한다. 대경첨복단지는 임상시험병원, 첨단 R&D센터 및 산업화 지원기관 등을 유치해 ‘글로벌 첨단의료허브’를 구축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대구는 전통산업인 섬유(패션)산업과 주력산업인 기계부품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첨단의료산업이 이들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본궤도에 오르면 자생력은 극대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대구 왜 의료산업인가…‘미래 먹거리’ = 의료산업은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고령화와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BT(생명공학)·IT(정보기술)·NT(나노기술) 등 신기술의 발전과 융합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가 기대되는 산업이다. 또한 고도의 첨단기술까지 접목되기 때문에 혁신기술은 국제적 협력관계가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의료서비스 시장도 이동수단, IT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해외환자유치사업(의료관광), U-Health 등에서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 중이다.
전 세계가 의료산업에 주목하는 것도 미래 고부가가치,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의약품 및 의료기기시장은 미국의 화이자·존슨앤존슨·GE, 스위스의 노바티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독일의 지멘스 등 선진 10개국의 제약·의료기기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은 2010년부터 의료산업에 진출, ‘제2의 반도체로 이끌겠다’는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이 ‘넥스트(Nest)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선택한 신사업에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등을 포함했다. 앞으로 현재 삼성의 주력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자동차기계부품, 전자통신, 철강, 금속가공, 섬유·안경 등을 주력으로 하는 대구경북의 산업은 안전한가. 2006년부터 대구 주력 산업으로 부상한 자동차부품산업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완성차 업체 의존도가 높아 급격한 대외 환경변화에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의 수출은 8.7%에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위기가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전반에 미칠 수 있다는 것. 심각한 것은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100개 중 46개가 직원수 9명 이하의 영세업체란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지역의 주력산업도 향후 대내외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 못하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산업이 미래 ‘대구가 잘살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떠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의약품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2011년 세계 의약품 시장은 9천422억 달러(불변가격 기준)로 전년 대비 5.1% 성장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6%대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1년 세계 의약품 기업별 판매현황을 살펴보면, 세계 상위 의약품기업이 모두 미국과 유럽에 편중됐으며 미국은 상위 10위권에 4개 기업(Pfizer, Merck&Co, Johnson&Johnson, Abbott)을 보유했다. 스위스와 영국이 각각 2곳, 프랑스와 이스라엘이 1곳씩 포함됐다. 의료선진국이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간 우리나라 의약품산업 시장규모(생산+수입-수출)는 18조9천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0.2% 성장했으며 연평균(2007~2011년) 5.9% 성장했다. 우리나라 의약품 생산액은 15조4천403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2007~2011년 동안 연평균 5.2% 성장했다.
세계 13위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인 우리나라도 꾸준한 성장세를 잇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규모는 2011년 4조3천여억원으로 2010년 3조9천여억원 대비 10.3% 늘었다. 국내 시장 규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연평균 8.3%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수출액도 18.9% 두자릿수 성장을 했다. 대구경북에서는 1999년 이후 연평균 15%대의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전체 80%가 중소규모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중저가의 제품 위주 생산에 머물러 있어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산업 규모는 2010년 기준 약 54조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12.1% 증가세를 보였다. 이 규모는 GDP 대비 4.6%이다. 수도권 대형병원 환자의 50% 이상이 지방환자로 채워지는 ‘수도권 쏠림현상’이 문제다. 이는 소위 수도권 빅5 병원과의 시설, 의료수준 격차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 지역병원이 전국 환자 및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다.
최근 계명대 동산병원이 밝힌 최근 5년(2006~2010년)간 암환자 상대생존율 결과는 간암, 위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등에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생존결과’를 보였다. 지역병원에서도 양질의 암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대구지역 의료기관은 모발이식, 위암수술, 간·콩팥장기이식, 대장·항문, 성형, 임플란트, 피부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특화하고 양·한방, 힐링, 휴양과 연계한 의료서비스(관광)산업 육성은 적극 추진돼야 한다.
◇미래 전략산업, ‘기다림’도 필요 = 정부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밀라노프로젝트’(대구지역 섬유산업 육성방안)란 이름을 붙여 대구 섬유산업을 21세기 첨단·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6천800여억원을 쏟아 부었다. 14년이 흐른 현재 대구 섬유산업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딛고 지속적인 투자와 첨단 고기능 섬유신소재 연구개발로 산업용 섬유 등 첨단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밀라노프로젝트의 평가를 떠나 이 사업의 추진으로 현재의 첨단신소재 개발 성과로 이어지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작은 결실을 맺는데 10여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첨복단지의 성공 열쇠는 ‘융합’과 ‘협력’, 지속적인 ‘영양공급’ = 30년 장기 프로젝트인 첨복단지는 의료·의료기기·제약산업 등 의료 관련 산업구조의 고도화와도 맞물려 있다.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창출과 결부된 프로젝트다. 지역 내 의료산업계의 ‘융합’과 ‘협력’ 체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연관 산업간의 기술 융합뿐만 아니라 산·학·연 주체간의 핵심역량 협업화는 더욱 구체화 돼야 한다. 세계 모든 의료클러스터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소 중심의 기초연구, 병원의 임상시험, IT·섬유·의료 등 연관 기업 중심의 임상 및 상용화 연구기반 등이 융합돼야 한다.
이와 함께 의료관광 산업의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 대구시는 의료관광 육성 정책을 본격화 한지 6년째다. 아직 해외마케팅 강화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첨복단지를 유치한 지 4년을 맞는다. 연구지원시설 위주로 조성되는 첨복단지는 중개·임상연구 및 산업화 지원 등의 인프라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우수한 인재 및 대기업을 유인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지속돼야 한다.
대구경북연구원 최재원 박사는 “대경첨복단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내적으로는 대학과 연구소, 병원 등을 하나로 묶는 협력적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고, 외적으로는 첨복단지 성공을 견인할 앵커기업(연구소) 등을 유치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첨복단지가 지역내의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지역대학과 연계한 역량강화를 통해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핵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박사는 “현재 대경첨복이 추진하는 암질환, 뇌질환, 난치성질환 등으로 특화해 발전시켜야 기업이 찾고 산업으로 연계시킬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첨복단지에 대한 충분한 영양공급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이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청·김종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