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건축 디자인 통해 풍요로움과 편리함 쫓는 현대인들의 인위적 행태 지적
삶의 다양한 가치 전달
진정한 진보를 성찰하는 박정현 작가의 전시가 대구미술관 4,5전시실에서 6월 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내 젊은 작가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대구미술관이 진행하는 ‘Y artist project’의 올해 첫 전시다.
‘Y artist project’는 지난해 이완, 이혜인 작가의 전시에 이어 올해는 4명의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선보인다. 한국화와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박정현, 가창미술광장 입주작가 출신 안유진, 건축과 디자인, 조각의 장르를 하나로 보여주는 정재훈, 영상·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는 윤동희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진보란 무엇인가.” 올해 대구미술관이 선택한 젊은 작가 박정현 작가가 세상에 던지는 질문의 요지다. 그는 “우리가 추구하는 지나친 편안함이 긴장감을 뺏어가고, 그것이 새로움에 대한 시간을 방해한다”고 설명하며 기술 발전을 진보로 규정하는 것에 선을 긋는다.
이번 전시의 주제가 ‘comfortable - Un - comfortable’로 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직역하면 ‘불편한 디자인 혹은 기능적 예술’이다.
작가는 이 모순된 두 개념을 건축의 형식을 빌어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재현하고 불편함을 제공하며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전시장 바닥을 나무로 활용해 울퉁불퉁하게 만들고 그 위에 몇 개의 테이블을 놓아 관객의 불안한 심리를 자극하고, 고무줄 수십 개를 한 가닥의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연결해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얽히고설킨 관계를 대변하며 현대인의 네트웍 집착을 은유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물질 중심의 풍요로움과 편리함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의 인위 지향적 행태를 꼬집고, 인간과 자연이 분리된 무위(無爲)자연의 질서를 제시한다. 이 제시의 보다 근원적인 속내는 ‘진정한 삶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박 작가는 “풍요로움과 편리함에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부족함과 불편함으로 인해 사고하고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삶을 단면으로만 취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돌아보고 그들의 변증법적 결합을 통해 삶의 지평을 보다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해 그간 발표해 온 작가의 작품 중 대표작을 재구성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객이 작품을 만지고 앉아 볼 수 있도록 해,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감지하도록 돕고 있다. 053)790-303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