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서커스·그림자극…춤의 상식 파괴
마임·서커스·그림자극…춤의 상식 파괴
  • 황인옥
  • 승인 2014.05.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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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아트피아 필립 드쿠플레 무용단 공연 리뷰

기발한 발상과 퍼포먼스…

축적된 안무, 쉴새없이 전개

“생전 본 적 없는 춤”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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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드쿠플레 멀티아트 퍼포먼스.
필립 드쿠플레 무용단의 춤 공연을 본 직후, 도깨비들의 밤 축제를 몰래 훔쳐본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한마디로 기기묘묘했다. 커튼콜이 끝났지만 도깨비들의 마법 놀음에 혼이 빠져, 현실세계와 도깨비 세상의 중간에서 잠시 길을 잃은 듯 한참이나 꿈결 속에서 헤맸다.

그들의 공연은 천재 춤꾼 드쿠플레의 손길을 거쳐 어린아이 같은 장난끼, 기발함, 천진난만함, 유머 등의 감성이 엄청난 내공의 춤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우리가 상상한 그 이상의 마법을 펼쳐냈다.

지난 28일 저녁 수성아트피아의 드쿠플레 공연은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어린아이같은 병정 군악대의 연주로 객석을 한 바퀴 휘돌아 무대에 등장한 단원들이 갑자기 무대 위 한켠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의상을 갈아입으며 화장을 고쳤고, 순간 객석은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연의 일부. 의도된 듯 했지만 자연스러웠던 첫 퍼포먼스는 그날의 공연이 첫 퍼포먼스처럼 자연스럽되, 기발할 것이라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이후 드쿠플레 무용단의 창립 작인 ‘텅 빈 카페’와 ‘점프’와 ‘코덱스’와 ‘트리통’, 그리고 ‘데코덱스’, ‘아이리스’ 등의 축적된 안무들이 단막극처럼 펼쳐지고 또 펼쳐졌다. 때로는 흡사 택견 같은 춤사위로, 때로는 톡톡튀는 마임으로, 또 다른 무대에서는 탄성을 자아내는 서커스로, 그러다 어느 순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비한 그림자 극으로, 한 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전혀 새로운 춤들이 쉼 없이 쏟아졌다. 이날 공연의 제목처럼 그야말로 ‘파노라마’의 연속이었다.

그들의 춤이 특별한 지점은 또 있다. 도깨비들의 축제라고 하지만 그들의 도깨비는 사뭇 수준이 높다는 것. 난장의 춤처럼 익살스럽고 재미있지만, 결코 난장스럽지도 산만하지도 않다.

마치 다양한 현대미술이 자유를 만끽하는 미술관 전시장을 보는 듯한 정제미가 풍겨졌다. 어린아이 같되, 고도의 계산되고 정제된 그런 천진함이다. 바로 세련미다.

“나는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한다”고 한 드쿠플레의 이 말에 그의 춤에 대한 모든 철학이 담겨있다.

그의 춤은 어린 시절 공부한 그림그리기, 마임, 서커스, 연출 등의 풍부한 자양분을 토대로 춤에 서커스, 마술, 비디오, 무대장치를 총동원해 선보이는 ‘드쿠플레 식의 연출’이다. ‘드쿠플러리(Decoufleries)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독특하고 확연한 그만의 춤이다.

그는 1992년 2월 8일 프랑스 알베르빌에서 열린 제16회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환상적인 축제의 장으로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만든 주인공이자, 2003년 태양의 서크스 ‘아이리스’와 2019년 ‘크레이지호스를 위한 레뷰 ‘욕망’으로 화제를 뿌린 전방위 예술가의 선두주자다.

그는 말한다. “안무는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리고 “창작은 혼자만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고, 최대한 다양한 것을 습득하고 그 안에서 고민한 흔적의 결과물”이라고. 그의 공연을 보며 천재를 떠올렸지만, 그의 천재성은 철저하게 다양한 장르의 예술세계를 탐닉한 결과물이었다.

‘누가 현대춤을 어렵다고 말하는가.’ 현대 춤을 마법처럼 요리하는 신비한 마술사 드쿠플레를 만나보라. 단언컨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춤과 만나게 될 것이다. 또 다시 드쿠플레가 대구에 온다면 결코 놓치지 말지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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