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입은 비너스, 진정한 美를 외치다
크롬 입은 비너스, 진정한 美를 외치다
  • 황인옥
  • 승인 2014.06.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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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윤展, 갤러리제이원
최부윤작
모방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 창작이 있을까. 태초의 그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라는 명제는 그래서 늘 참일 수밖에 없다.

최부윤의 조각(사진)들 역시 모방 혹은 패러디의 산물이다. 미의 여신을 조각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고대 사람들이 신화를 빌어 세속의 일을 설명했듯, 그 역시 고대의 비너스를 창작에 인용하며 자신만의 미적 담론을 펼친다.

비너스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의 여신, 즉 아프로디테에 해당된다. 성기와 관련한 관능미와 거품이 주는 아름다움으로 대변되는 비너스를 작가는 고전의 신화와 현대인이 열광하는 ‘미’의 아이콘(걸그룹-소녀시대)을 융합하는 방식으로 패러디의 진화를 이끈다. 일명 최부윤의 삼미신(The Three Graces)의 탄생이다.

그는 이미 공산품으로 세상에 나온 비너스 원형에 F.R.P(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와 실리콘으로의 캐스팅(Casting)이라는 정교한 과정을 거치고, 그 응축된 흰 덩어리 위에 광택 물질인 크롬(Chrome)으로 코팅해 최부윤의 비너스를 출산한다.

그가 주목하는 물성은 크롬. 주위의 사물을 흡수 또는 반사하는 성질이 강한 크롬의 성질에 주목한다. 그는 이 물성을 인간의 욕망에 대입하며, 녹슬지 않고 빛나기만을 열망하는 현대인의 미적 욕망을 교차시킨다.

작가는 “현대인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한 노력에 게으르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돌 또는 스타들을 통해 더 부각된다. 가끔 부작용도 동반하지만 그들의 ‘미’를 향한 일거일동은 새로운 문화형성에 기여한다”며 현 세태를 진단하고, 현대인이 추구하는 이러한 외형미를 옳고 그름(是非)으로 보지 않고 그만의 시각적 격차로 관조·차용하고 있다.

차용이 단순한 모방에 머물면 위대함은 물건너간다. 그 역시 시시한 모방은 경계하며, 비너스라는 ‘미’의 아이콘을 다양한 경계지점으로 데려오기를 시도한다. 예컨데 숭고미에서 비장미, 골계미까지. 미의 정의를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다양하게 재편한다.

그의 경계지점에는 예술의 역할과 작가와 관객의 관계에 대한 고민도 함께 얹혀있다. ‘미술(美術)이란 무엇인가’로부터 ‘진정한 미(美)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이 그것이다. 그는 정형화된 공통의 기억을 크롬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반복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지를 제공한다.

이 시대가 열망하는 미의 전형을 예술로 되묻는 최부윤의 조각전은 1일부터 12일까지 대구 중구 봉산동 갤러리 제이원에서 열린다. (053)252-0614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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