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너무 예뻐
무용수 너무 예뻐
  • 승인 2015.10.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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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종 시인
일흔 넘은 중진 시인이 아직까지 젊은이 마냥 예쁜 것만 찾느냐고 핀잔할 다혈질도 있으리라.

필자가 무용수가 예쁘다는 것은 젊은 미모만 보는 단세포적인 평가가 아니라, 노래하는 가수의 뒤에서 얼굴도 잘 보이지는 않지만 정성을 다해 열심히 춤추는,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모습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뱀이다’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김혜연씨가 방송대담 중에, 가수가 둘러리 백댄서보다야 낫다고 웃으며 무심코 말을 했다.

물론 현실이 그렇고 딱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백댄서(무용수)가 그 방송을 들었으면 많이 섭섭했을 것이다.

주연인 가수의 노래를 빛내기 위해 조연으로 끼와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백댄서들이 많다.

필자의 착각인진 몰라도 가수 노래 솜씨보다 백댄서의 춤솜씨가 나아 보일 때도 가끔은 있다.

젊은 백댄서 중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미모의 주인공도 퍽 많은 것 같다. 공연장이 초만원이 되어 실례를 무릅쓰고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가까스로 보았다.

댄싱팀은 몸매가 쭉쭉 빠지고 성격도 밝아 늘상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자기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 매우 행복을 느끼는 사람 모습이다.

하루 종일 신나게 뛰다보니, 체력소모도 각별하여 밥맛이 바로 꿀맛이라 했다. 자기하는 일을 보람 있게 열성적으로 하고 끼니때마다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면, 이 세상에서 더 바랄 것 없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무용수 중엔 자기를 준 예술인이라 낮추어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데, 백댄서(무용수)는 준 예술인이 아니라 화끈한 예술인임이 분명하다.

자부심과 직업의식을 가지고 더욱 좋은 춤동작으로 시청자와 관중들의 열광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해 12월초에 육군에 자원입대 했다. 부선망(父先亡) 독자(獨子)이기 때문에 병역면제혜택이 가능했지만 좌고우면할 것 없이 엄동설한에 논산훈련소에서 신병훈련을 받고 육군부관학교 병과교육을 거쳐 서울에 있는 육군본부 부관감실 행정병으로 전속 발령을 받았다.

육군본부 사병의 99%는 천국생활을 누렸지만, 어쩌다 필자는 1%에 불과한 지옥내무반에 속하여 빠짐없이 주1회 배트 10대씩 맷 타작이 기다렸다.

필자의 동기 전우들은 어디에 내놔도 모범병사들인데, 우리보다 아홉 달 먼저 입대한 남도(南道)출신 고참병들이 주말이면 잊지 않고 참나무 침대목으로 골반을 강타했다.

육군본부에 근무한 2년 동안 도합 천도(千度)의 구타를 당했다. 고통을 덜 느끼기 위해 신경이 마비되기를 기도하기도 했다.

인정사정은 아예 약에 쓸려고 해도 없고, 구타와 폭행이 난무하는 지긋지긋한 젊음의 계절에도, 죽지 않고 살아가게 하는 구석은 있었다.

매주 일요일 오후2시 서울 태평로 소재 KBS공개홀에서 국군위문방송 ‘위문열차’ 공개 녹음이 있었다.

사병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가서 천국 같은 공개방송을 경청했다. 육본 부관감실 사병들은 흰 명찰에 붉은 빗금이 그어져 있었는데, 내 명찰을 보면 무조건 입장이 허용 되었다. 당시 국군방송 위문열차 진행은 만능MC 후라이보이 곽규석씨였다.

톡톡 튀는 재치에 유창한 말재간은 당시 당할 방송인이 없었다. 출연하는 가수도 대부분 당시 일류 가수들이었다.

여가수로 송민도, 박재란, 황금심, 황정자, 최숙자, 김상희, 이미자, 최양숙, 동방성애, 곽순옥 등등.

남자가수도 남인수, 현인, 김정구, 박경원, 안다성, 원방현, 김희갑, 김용만 제씨들이었다.

당대의 톱 가수들을 매주 공개홀에서 볼 수 있어 병영의 지옥생활을 가까스로 잊을 수가 있었다.

당시 한 대중잡지에 실렸던 인기 무용가 홍청자씨의 인생유전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름을 드날리던 그가 마약에 중독되어 끝내는 홍등가의 엘레나가 되었다는 서글픈 이야기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지난날의 연예인 단체사진에서 빼어난 미모의 홍청자씨를 보았다. 뭇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한 뛰어난 용모다.

이미 흘러간, 그리운 사람들도 다시 볼 수 있어 TV가 바보상자만은 아닌 듯하다. 너무 예쁜 오늘의 무희들이여! 인생을 잘못 살다간 선배 무희들을 거울 삼아, 조금도 흔들림 없고 확고한 자기인생의 주인공으로 예술(무용)과 인생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꾸리시기를 주문 드린다.

주연과 조연은 단순한 위치(앞 뒤)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역할에 대한 사명감이 결정하는 것이다. 백댄서(무용수)도 가수 못잖게 주요한 위치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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