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긴 여정…희망 설계
보이지 않는 긴 여정…희망 설계
  • 김덕룡
  • 승인 2009.12.1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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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유리상자-아트스타 Ver. 7 정재훈 展
모호한 현실 속 '기다리기, 과정 즐기기' 선택 제안
대구봉산문화회관 아트스페이스에서는 내년 1월17일까지 2009년 공모 선정작 가운데 7번째 전시로 '2009 유리상자-아트스타 Ver. 7 정재훈전'을 연다.

설치 작가인 정재훈은 이번 전시의 제목을 '화이트아웃(WHITE OUT)'으로 정했다.

'화이트아웃(WHITE OUT)'은 시야상실 또는 백시현상을 의미하는 등산 용어로 주로 눈이 내린 산 표면에 가스가 덮여서 모든 것이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 현상이 나타날 때에는 무리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다시 시야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작가가 지칭하는 '화이트아웃'은 시각적 형태로서 '비행기'와 긴 인생여정을 향한 '날기'의 상상 등으로 표출되는 첫 출발이라는 작가 개인사의 서술에서부터 새로운 예술관의 모색, 관객과의 교감에 이르는 과정 탐구를 담고 있다.

작가의 상상 흔적을 통해 경험과 과정의 매력을 제시하는 이번 작업은 아마도 작가 자신의 현재 삶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불확정성'과 '두려움', '동경'이 혼재된 미래에의 설렘을 작업 소재로 선택하면서마치 고향 이타카(ITHACA) 섬을 향한 오디세우스의 여정 중에서 '화이트아웃' 경험을 은유하는 것처럼 시각 구조물을 설계한다.

사방이 유리 벽체로 구성된 유리상자의 전시 들여다보기는 막 날기 시작하는 듯한 나무비행기(길이 3.25m×폭5m×높이1.6m) 1대로부터 시작된다.

미지에 대한 상상과 여행의 상징으로서 복엽 비행기 '이타카'는 그 형태를 구축하기 위해 수많은 모듈형 MDF부속품들과 조립용 나무 지지봉으로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수백 개의 부품 하나하나를 설계하고 만드는 작가의 끊임없는 노동은 미래를 항해할 수 있는 기능적인 비행기를 완성하기보다는 긴 제작 시간과 과정을 즐겨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에서 비롯됐다.

이 전시는 앞날의 불투명하고 모호한 현실 속에서 '기다리기'와 '과정 즐기기'를 선택한 젊은 작가의 제안이다.

이 과정에서 얻어진 경험들은 결국 관객의 경험과 교류하며 '화이트아웃'으로부터 '이타카'라는 희망 설계로 이어진다.

그리고 전시의 시각적 흔적과 과정의 경험들은 우리들 시대를 탐구하며 새로운 세계창조의 매개자가 되는 예술가의 길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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