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구와 삼성의 새로운 만남 시작
<신년특집> 대구와 삼성의 새로운 만남 시작
  • 강선일
  • 승인 2010.01.0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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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200주년 기념
경제계.학계 대대적 기념사업 준비..대구를 친환경도시로 알려
대구가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적 기업이 된 삼성그룹과의 관계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월12일 창업주인 고(故) 호암(湖巖) 이병철(1910∼1987)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적극적 기념사업을 통해서다.

기념사업은 대구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한 지역 경제계와 학계가 주축이다. 대구시도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0년 대구 성서 상용차 철수 등으로 소원해진 삼성과 대구의 관계가 10년만인 2010년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만남’의 전환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대구와 삼성의 70여년 인연

대구는 삼성의 발상지다. 당시 28세였던 이 회장은 1938년 3월1일 대구시 중구 수동(현재 인교동)에 3만원 정도의 자본금인 쌀 300석을 밑천으로 삼성상회를 설립해 1987년 11월 작고할 때까지 삼성을 37개 계열사를 둔 외형 14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재벌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주식회사 삼성상회.

이어 3남인 이건희 전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2008년 기준 자산규모 310여조원, 매출액 190여조원을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섰다.

현재 삼성의 모체인 삼성상회는 ‘큰 것, 많은 것, 강한 것’의 ‘삼(三)’과 ‘밝고 높고 영원히 깨끗이 빛나는 것’의 ‘성(星)’의 의미를 담아 ‘크고 강력하고 영원하라’ 뜻에서 이 회장이 직접 상호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상회는 건평 250평에 지하1층 지상4층의 목조건물로 세워져 ‘별표국수’를 생산,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청과물과 건어물 등을 일본 만주 중국 등으로 수출하는 무역을 실시해 오늘날 삼성물산의 전신이 됐다.

대구 달성공원 앞에서 바라본 현재 삼성상회 터.
이 회장은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설립해 서울로 진출하기까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통해 ‘성공 신화창조’를 위한 토대를 다졌다.

이후 1997년 9월 도시계획에 따라 건물이 철거되자 삼성물산이 회사의 뿌리인 삼성상회의 자리 보존을 위해 5억여원의 공사비를 들여 당시 1층 모습을 조형적으로 재현시킨 ‘삼성상회터’를 복원, 삼성기념마당으로 지역사회에 개방하고 있다.

한편, 이 회장은 서울 진출 2년만인 1950년 6월 한국 동란으로 인해 모든 자산을 잃고 부산에서 재기를 다져오다 1953년 제일제당 설립과 1954년 대구 북구에 공장터가 남아 있는 제일모직을 설립해 삼성의 모태인 대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된다.

옛 제일모직 대구공장터는 삼성그룹이 공장을 구미로 옮기면서 500여억원을 들여 건립해 대구시에 기부체납한 대구오페라하우스와 함께 60년 가까이 된 본관 건물 및 최초의 근대식 기숙사가 아직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삼성상회 현판(왼쪽)과 삼성상회가 생산했던 '별표국수' 상표.

그러나 이후 삼성은 제일모직 대구공장터의 대규모 상업시설 단지 조성 등의 약속을 했지만 IMF 외환위기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데다 성서 상용차 공장 철수 등으로 대구와 소원한 관계가 지속돼 왔다.

◆대구와 삼성,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새로운 만남’

2000년 이후 소원했던 대구와 삼성의 관계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후원사 참여로 관계 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

대회조직위는 대구세계육상대회가 최첨단 IT기술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삼성의 참여로 대구가 세계속의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부터 대구상의를 중심으로 경제계와 학계가 오는 2월12일 이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 기념사업을 자발적으로 추진키로 함에 따라 대구와 삼성은 새로운 관계 정립을 맞게 됐다.

우선 지난 8월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위원장에 김만제 전 경제부총리가, 부위원장에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노희찬 삼일방직 회장·노동일 경북대 총장·신일희 계명대 총장이 선임돼 있다.

생전 이병철 회장 모습.
추진위는 작년 12월 삼성상회터에 기념공간 조성, 오페라하우스 앞도로인 ‘제일모직로’의 ‘호암로’ 변경, 오페라하우스 부근에 3m 크기의 이 회장 동상 건립, 이 회장의 경영이념과 철학을 조명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 및 음악회 개최 등의 기념사업을 확정했다.

또한 이들 사업은 대구시 및 삼성그룹과의 내부조율이 이뤄진 사실상 확정사업이며, 일정 조정만이 남은 것으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인중 대구상의 회장은 “이번 사업은 대구에서 시작해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의 창업주를 재조명하고 대구가 기업 친환경적 도시임을 알리기 위해 경제계와 학계가 자발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며 “이런 의미가 잘못 전달돼 오히려 삼성에게 부담으로 작용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구시 역시 이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삼성 관련시설을 체계적으로 정비해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키로 하는 등 적극적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

삼성이 제조업을 처음 시작한 제일모직 공장터를 ‘역사박물관’으로 조성하는 방안과 당시 생산시설 및 이 회장 집무실 등은 삼성의 동의를 구해 영구보전하고 주변에 기념공원 등을 짓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삼성이 기부채납한 대구오페라 하우스는 ‘호암 오페라하우스’ 등으로 명칭 변경을 고려중이다.

또한 삼성 이미지를 형상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 내달중 구체적 사업계획안을 마련키로 했다. 필요할 경우 도시계획안을 바꾸고 예산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구가 기업과 기업인을 어떻게 대했는지 자성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기업관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취임때부터 (관계 복원을 위해)삼성 관련자들을 모두 만났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삼성에 대해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바라기보다, 대구가 무엇을 해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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