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돈벼락’ 자식은 빚쟁이
전국이 ‘돈벼락’ 자식은 빚쟁이
  • 승인 2020.05.0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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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윤삼수 서울본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긴급재난지원금이 전 가구에 뿌려진다. 생활비가 부족한 사람을 돕고, 실물경제를 떠받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급하는 돈이다.

애초 기재부가 소득 하위 50%에게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안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어 합리적이었다. 정부는 이미 노인연금(13조원), 기초생활 보장제도(12조원), 실업급여(8조원), 자치단체 재난지원금(5조6천억원), 근로장려금(5조원), 아동수당(2조원) 등이 지원되고 있어서 전 국민에게 확대하는 것은 중복되고, 늘어나게 될 나랏빚이 걱정해서였다. 그러나 선거를 치르며 70%에서 다시 전 국민 100%로 확대되었다.

이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도 전에 ‘관재 기부’까지 요구해서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내가 부자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평소에 부자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기부도 별로 안 해본 아파트에 거주하는 자칭, 중산층 월급쟁이는 받기도, 안 받기도 ‘걸쩍지근’하다. 기부할 대상도 정부가 아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어린이 재단 등으로 폭을 넓혀줘야 한다.

나랏빚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의 GDP는 1914조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올해 1·2차 추경으로 인한 적자 국채 발행액을 고려하면 국가채무는 818조9000억원에 이른다. 미래통합당 추경호 의원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률 전망치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45.4%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정부가 앞으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서 30조원 가량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 총액이 849조원으로 늘어날 것을 가정한 것이다.

정부 빚과 공기업 부채를 합친 부채는 1078조원으로 GDP 대비 56.9%에 이른다. 여기에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이미 우리나라는 빚이 너무 많고 손이 크다. 개인도 빚이 많으면 대출받을 때 대출도 어렵고 비싼 이자를 부담한다. 나라가 빚이 많으면 국가신용도가 떨어진다. 그러면 국채를 팔 때 싸게 팔게 돼서 손해가 커진다.

빚이 많은 데도 잘 버티는 나라는 미국(107%)과 일본(224%)처럼 기축통화를 가진 국가들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뉴질랜드(35%), 호주(44%), 노르웨이(46%), 덴마크(48%), 스웨덴(50%) 등은 채무 비율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 지금 와서 민주당은 빚이 60%까지 늘어나도 괜찮다고 주장한다. 빚 늘어 좋아질 게 없다.

지난해 공공기관 전체의 빚은 525조원이다. 1년 사이 21조원 넘게 급증했다. 공공기관 임직원 수는 40만 명을 넘어섰고 빚이 많아도 지난해 복리후생비로 9000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한전의 부채는 14조5518억원이 늘어난 128조7081억원이었다.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보험금 지출이 늘면서 건보공단의 부채는 12조3428억원으로 늘었다. 반대로 탈(脫)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이 2년간 7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과잉 이념, 과잉정치 시대에서 벗어나 더 늦기 전에 경제를 회생시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지금의 40대 가장이 20년 후면 노인 인구가 된다, 향후 20년간 65세 이상은 813만명→1722만명으로 자식들에게 기대야 하는 세대는 두 배 이상 늘어난다. 반면에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3736만명→2865만명으로 23% 줄어든다. 자칫하다가는 부모의 보호 속에서 ‘우쭈쭈’ 하며 자란 90년대생 자식 세대가 나랏빚과 부모를 짊어지고 가야 한다.

선진국 일본의 코로나 경제 회생 조치는 맵다. 최근 일본은 무제한 채권 매입과 20조엔(약 229조원) 어치 기업어음과 회사채 매입, 중소기업 제로금리 대출을 발표하며 사상 유례가 없는 양적 완화를 발표했다. 앞으로 한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다. 특히, 산소호흡기로 연명해 오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정부와 재계, 노조의 빠른 대응과 희생이 없다면, 우리는 IMF 때 보다 더한 경제위기를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폐허가 된 독일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이 엄청난 전쟁배상금만 늘어갔다. 폐허 위로 겨울이 닥쳤다. 수치상 기온은 낮지 않지만, 뼛속까지 스며드는 독일 추위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연료는 전혀 없었다. 패전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을 얼어 죽기까지 할 수 없는 독일 정부가 방송했다. 산의 나무를 베다가 때라고. 그러나 국민 그 누구도 산의 나무를 베어오지 않았다. 옷을 있는 대로 껴입고, 식구들끼리 부둥켜안고 자다가 새벽에 잔인한 추위가 몰아치면 일어나 모두 제자리 뛰기를 했다. 나무를 베다가 때는 건 한순간이지만 나무는 30년 이상 가꿔야 숲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호된 독일 남서부 슈바르츠발트는 가문비나무가 빽빽이 우거진 ‘검은 숲’으로 자라나 대자연 속에서 쉴 수 있는 사계절 휴양지로 독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세계적 명소가 되었다.

2016년, 스위스는 헌법을 개정해, 한 달에 300만원씩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나눠주자는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에 붙였으나 부결됐다. 기본소득 현금 지급을 국민이 단호하게 거절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살아도, 배가 고파 하늘이 노래져도, 씨앗과 마늘 종자는 절대로 내다 팔지 않았다.

주머니에 들어오는 공돈을 싫어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돈은 누군가는 갚아야 한다. 정치권은 절대 갚지 않는다. 우리가 빚을 넘겨주면 자식이 갚아야 하고 빚 부담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재정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 먼 훗날 젊은 세대는 요즘 유행하는 말을 자식에게 들려줄 것이다. “라떼 이즈 홀스 (나 때는 말이야) 빚내서 소도 잡아먹던 시절이 있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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