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퇴근하고 주말도 출근…보건인력 기진맥진
새벽 퇴근하고 주말도 출근…보건인력 기진맥진
  • 조재천
  • 승인 2022.02.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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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자가격리 업무 등
확진자 폭증에 과부하 지속
서너시간 눈 붙이고 또 출근
약 먹고 병원 다니며 근무도
“인권도 생각을” 눈물의 호소
# 대구 D 보건소에서 코로나19 역학 조사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직 공무원 A 씨는 평일 오전 일찍 출근해 익일 자정이나 새벽 1시에 퇴근한다. 새벽 2시가 넘어 퇴근하는 날도 허다하다. 하지만 초과 근무 수당은 최저 임금 수준이다. 집에 도착해 서너 시간 눈을 붙이고 나면 또다시 하루가 시작된다. 역학 조사 업무는 주말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근무 중 끼니를 때우는 날이 대부분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꿀 시간조차 부족하다.

보건소 코로나19 대응 인력이 과중한 업무에 지쳐 가고 있다. 경기도와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18일부터 26일까지 도내 보건소 인력 5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심리 방역을 위한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49%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 스트레스 상태’로 나타났다. 또 86.8%는 ‘객관적인 업무량이 많다’고 했고, 72.9%는 현재 인력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역학 조사 등 보건직 공무원의 업무는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때문에 이들은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7일부터 확진자가 주요 내용을 직접 기입하는 것으로 역학 조사 방식이 바뀐 데다 접촉자 조사도 확진자의 동거 가족 등으로 범위가 축소되면서 역학 조사 인력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됐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업무 과부하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구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자기 기입식 역학 조사는 확진자에 한한다. 보건소에서 확진자의 동거 가족 등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 여부 등을 파악해 자가 격리 또는 수동 감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대구시와 구청으로부터 인력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지금도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상황이다. 약을 먹거나 병원을 다니면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보건소 코로나19 대응 인력의 업무 과다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9일 ‘보건소 공무원도 사람입니다’라는 글에서 청원인은 “(지인이) 보건소에서 자가 격리 업무를 맡아 일하고 있다. 평일·주말 구분 없이 매일 밤 12시가 넘는 것은 기본이고, 새벽 3~4시가 돼야 집에 들어온다”며 “버티기가 힘들어 반차를 쓰고 싶어도 분위기가 안 된다. 하루하루 눈물로 보내는 보건소 공무원의 인권도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급기야 정부도 보건소의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가중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지난 16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보건소별로 확진자 역학 조사에 50~100명을 투입해 업무를 보고 있지만, 보건소당 최소 20~30명 이상이 더 필요하다”면서 “업무가 확진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면이 있어 괴리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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