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확산 가속화 우려
26일 오후 8시, 대구 중구 동성로의 클럽 골목. 클럽 등 유흥시설과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이 기존 밤 9시에서 10시까지로 연장된 데 따라 마감 시간을 2시간 앞둔 상황에서도 클럽과 술집 앞은 긴 대기 줄이 이어졌다.
한 대형 술집에서는 손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희뿌연 연기를 내뿜고 화려한 조명을 비추는 술집 분위기는 흡사 클럽과 다를 바 없었다. 감염 위험이 높아 보이는 이곳 술집 등 식당과 카페는 지난 23일 대구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방역 패스가 없는 만 60세 미만 연령층도 이용할 수 있다.
클럽 골목에서 만난 대학생 박 모(24) 씨는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이제 방역 패스가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백신이나 방역 패스 효과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런 술집이 다른 시설보다 감염 위험이 높다는 건 감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식당·카페 업주들은 법원의 방역 패스 중단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중구 대봉동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김 모(40) 씨는 “QR 코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것만 해도 일손을 더는 느낌”이라며 “밤 10시까지인 영업시간 제한 조치도 앞으로 완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대구시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대구지법 결정에 대해 지난 25일 법무부에 즉시항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아울러 중앙 정부에 방역 패스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고, 명령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앙 정부는 대구시의 즉시항고를 지원하는 한편 방역 패스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적행 중인 방역 패스를 전국적으로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25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60세 미만의 식당·카페 방역 패스 중단은) 어려운 문제다. (식당·카페에서) 60세 미만을 분간해 내는 것도 어렵다”면서 “가장 감염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 식당·카페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중단할 계획은 없다. 종합적으로 검토·판단해서 국민께 소상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