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정신 못차린 국민의힘
[윤덕우 칼럼] 정신 못차린 국민의힘
  • 승인 2022.06.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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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6·1 지방선거가 국민의힘 압승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선거가 결코 아니다. '20년 집권론'을 들먹이며 거들먹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민심을 잃어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그리고 이재명은 물론 추미애나 조국·김어준 같은 인물들도 득표에 큰 도움이 됐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안정을 바라는 민심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국민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정권교체에 성공하고 지방선거도 이겼다. 그랬으면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 보란듯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당 지도부는 하나된 모습으로 힘을 모아 정권의 기초를 다지고 민심을 얻어야한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벌써부터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지켜보기가 불안 불안하다. 지방선거가 끝나자 마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37)와 정진석 국회부의장(62)이 연일 '개소리' '술수' '뒤통수'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언쟁을 벌였다.

자신들은 부인했지만 국민들 보기에는 권력다툼이요, 힘겨루기다. 이런 와중에 느닷없이 국민의힘 의원들이 가칭 '민들레(민심 들어볼래의 약자) 의원 모임'을 만든다고 한다. 소위 친윤석열계 의원들 모임이란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의원들과 정부·대통령실 간에 수시로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자는 취지다. 친윤으로 분류되는 의원들 30여명이 이미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 모임이 수시로 모여 정보를 나누고 현안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단 30여명으로 출발하지만 앞으로 회원을 더 늘릴 것이란다. '친윤계 의원들'이라….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참여 선언을 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하다. 윤 대통령의 국민의힘 입당도 지난해 7월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기존 정치인들처럼 닳지 않은 정치 신인이다. 윤 대통령과 그들의 인연이 얼마나 됐을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 사퇴 직후 정치 참여 선언을 하면서 후보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그를 적극 옹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있기나 했던가. 대통령 선거 때도 당시 윤 후보를 위해 헌신적으로 도왔던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있었던가. TK지역 국회의원들만 해도 그렇다. 추경호·정희용 의원 등 손에 꼽을 정도의 몇몇 의원만이 윤 후보 지지 독려 문자메세지를 보냈을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TK의원들은 그냥 손놓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지난 대선 때 지역민들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라는 불평도 쏟아졌다. 이러한데 친윤계 의원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보수 정치인들은 좌파 정치인들과 달리 자당 출신 대통령이 정치적 곤경에 처해지면 탄핵에 앞장서거나 팔짱끼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이 특징 아니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할 때도 그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때도 그랬다. 어느 누구하나 '주군(主君)'을 구하겠다고 희생한 보수당 국회의원들이 없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는 친이계 상당수가 실세로 거들먹거리고 있다. 이들 중에 누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희생했던가. 권력의 단맛을 보다가 문재인 전 대통령 눈치나 보던 인물들 아니었던가? 아직은 윤석열 정부 초기라서 국민들의 기대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읽지 못해 인기가 떨어지고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흔들어 대면 '친윤계'라는 인물들도 이슬처럼 사라지거나 팔짱끼고 지켜볼 뿐이다. 경험적으로 그렇다. 나무가 크게 흔들리면 가지에 앉아있던 원숭이들이 뿔뿔이 흩어지듯이….

'민들레'를 놓고 국민의힘 내부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친윤계의 세력화 움직임에 '제2 친이·친박' 우려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정권 출범 한 달만에 주류와 비주류로 나눠질 우려도 적지않다.

국민의힘은 자중하고 지금은 힘을 모아 정권의 기반을 닦을 시기이지 당내 세력화로 갈등을 유발하거나 당권 투쟁을 할 때가 아니다. 아직 정권 초반인데 대통령을 도와줄 생각보다는 자신들의 권력 투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지지해준 국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지금부터 딱 4년 전인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전 광역단체장 17석 중 과반은 커녕 호언장담했던 6석에도 크게 못미치는 2석을 건지는 데 그쳤다. 서울과 경기는 물론 보수텃밭인 부산·울산·경남 마저 내줬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등 야권 지도부가 하늘을 쳐다보며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나태한 보수'에 민심의 쓰나미가 덮쳤다.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전 대표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정계를 떠났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는 대구시장으로, 안철수 전 대표는 3선 의원으로 다시 등장했다. 민심을 제대로 못읽은 더불어민주당의 도움으로 국민의힘이 기사회생했다. 5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의힘은 또다시 국민의 기대를 배신하고 천재일우의 기회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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