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협상의 신
[달구벌아침] 협상의 신
  • 승인 2023.04.12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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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마케팅과 경영을 공부하며 자연스레 협상학 입문 서적인 <협상의 신>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협상에 대해 재정의한다.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협상 강의를 진행하다 보면 스스로 뛰어난 협상가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중략) 한마디로 적게 주고 많이 받아냈다는 얘기다. 협상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런 식으로 상대를 ‘쥐어짜는’ 협상은 성공한 협상이 아니다. 그냥 ‘이긴’ 협상일 뿐이다.

성공한 협상이란 내 요구사항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치관)를 충족시키는 협상이다. 또 이를 통해 더 큰 가치(파이)를 만들어내는 협상이다.

혹시 중요한 협상을 앞두고 있는가? ‘무엇을 요구할까’부터 고민한다면 당신은 협상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나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충족시킬까’부터 고민해야 한다. 협상의 질은, 가치에 집중할 때 높아진다.”

-본문 내용 중

협상학에 입문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두 가지 개념은 포지션(position)과 니즈(needs)이다. 포지션은 우리말로 위치나 입장 정도로 번역되는데, 협상학에서 포지션이란 ‘요구’를 말한다. 그리고 니즈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욕구’다. 좋은 협상가는 요구와 욕구 중 ‘욕구’에 초점맞춘다.

막내가 5살이 되며 기관을 옮겼는데, 등원을 할 때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매일 가기 싫어서 버티는 아이를 달래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억지로 등원시키고 나면, 선생님께 아이를 인계하고 돌아서는 길에는 늘 미안함만 남았다.

<협상의 신>을 읽고, 등원 준비를 할 때 막내의 요구와 욕구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요구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 피곤해. 엄마랑 있고 싶어.’였다. 여기에 마케팅도 약간 접목하여 내면에 있는 (본인도 알지 못했던) 욕구를 끄집어내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등원 길을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을까?’

평소 막내는 산책을 좋아한다. 산책하며 만난 곤충과 식물을 관찰하고, 사람들이나 지나가는 차도 관찰하며 “엄마, 여기 봐! 개미가 있어! 어디 가는 거지?” “엄마, 이건 뭐야?”하고 묻길 좋아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다. 그래서 “서원아, 서원이가 일찍 준비하면 우리가 산책을 하고 등원할 수 있어.” 얘기해줬더니 아니나 다를까, 너무 좋아했다.

혼자서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가방을 메고, 엄마보다 10분은 더 일찍 준비를 마치고 기다린다. 10~15분 정도 산책을 하고 가는데도 억지로 준비시켜 갈 때보다 15~20분 일찍 등원한다.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요구’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욕구’를 들여다봤더니, 아이도 엄마도 행복해졌다.

마케팅과 협상에 대해 접하며 발견한 공통점은 ‘모든 사람이 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모든 일은 결국 ‘사람, 사람, 사람’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상황’이 있다면 그 안에서 키(key)를 쥐고 있는 ‘사람’을 찾고, 그의 요구 너머에 있는 ‘욕구’가 무엇인지 파악해보는 건 어떨까? 나와 상대가 서로의 가치를 충족시켜 윈윈(win-win)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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