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 트로트 오디션
[대구논단] 트로트 오디션
  • 승인 2023.04.2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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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환 전 경산시교육장
대한민국은 트로트 왕국이다. 트로트 왕국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있다. 사람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쫓아갔다. 방송국 트로트 오디션에 출연자가 쇄도하고, 관객이 몰리고, 시청률이 올라갔다. 황금알은 1억, 3억, 5억까지 치솟더니 드디어 6억을 돌파 했다. 부모들은 이제 말을 겨우 하는 아이를 가요학원으로 보내고, 유명 인사에게 사사 받게 했다. 클래식을 하던 사람, 판소리를 하던 사람, 민요 신동 아이들, 모두 하루 1천번 이상 트로트 꺾기에 올인했다. 자비로 앨범을 내고, 오디션 쇼핑을 하고,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 그들이 오디션을 통과하면 출연료는 보통 2∼3천만 원을 호가한다. 그들 중에서 J 방송국에서 1등(眞)을 한, 모 씨는 팬덤에 의해 살아있는 신의 지위에 올라가 있다. 사람들을 흥분하게 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들의 선발 과정인 트로트 오디션의 경연 과정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할 수 없었다.

트로트 오디션에서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은 수준 이하였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출연자가 노래를 불렀다. 거의 모든 심사위원은 동기 한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 일어서서 탄성을 지르고 춤을 추고, 출연자를 칭찬했다. 다른 심사위원의 채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심사위원은 대놓고 옆에 앉아있는 동료 심사위원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저 사람 잘하지?, 야! 환상적이야, 그렇지?’ 어이없는 일이다. ‘잘하면 어떻게 하고, 환상적이면 또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자기의 기분에서 나온 말인가? 아니면 의도적인가? 또 어떤 심사위원은 작정하고 모든 심사평을 콩트와 개그로 일관했다. 그녀는 관중들에게 인기를 얻으러 왔는지 심사를 하러 왔는지 구분이 안 되었다.

교육부, 기관단체, 언론기관 등에서 개최하는 학생 대상 독창, 합창 대회는 그렇지 않았다. 대회 심사에서 가장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 공정성이었다.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회 전에 심사기준을 공지하여 독창성, 대중성, 가창력 등을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심사위원은 대회 당일까지 비밀이었다. 심사위원은 심사에 영향을 끼칠 말이나 표정, 행동은 일체 못하였다. 심사 중에 심사위원 간의 대화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트로트 오디션은 그렇지 않았다, 대회 전부터 심사위원은 공개되었다. 출연자와 심사위원이 같은 기획사 출신이라는 말썽도 있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사가(‘부석사의 X’, 작사)는 이야기하였다. 물론 그의 일방적인 견해지만 ‘관계자와 인연이 닿지 않는 부산 촌놈은 명함도 내밀기 어렵더라.’

심사위원의 질도 문제이다. 대중가요 전문가는 몇 안 되었다. 현역 트로트 가수, 전(前) 대회 입상자, 평소에 방송가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었다. 대중가요 평론가, 유명 작곡가, 예술교육 종사자 등은 없거나 구색으로 맞춰놓았다.

채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요계의 유명 인사(출연자의 이모할머니, 어머니)가 심사위원석 주위를 얼찐거렸다. 그들이 채점에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는 없지만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심사 방법에도 문제가 있었다. 출연자가 받은 점수에서 최고점과 최하점을 통계에서 제외하는 것이 상례이다. 특정 심사위원이 특정 출연자에게 의도적으로 높은 점수나 낮은 점수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트로트 오디션에서는 최고점과 최하점 모두를 통계에 포함하였다. 역시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어느 오디션의 결승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심사위원들이 모든 출연자에게 90점 대의 점수를 고르게 주었다. 그러나 특정 심사위원은 특정 출연자에게 82점을 주었다. 결과는 석연찮았다.

이렇게 공정성을 의심받는 트로트 오디션에서도 감동을 주는 사례가 있었다.

S는 트로트계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다. 모 방송국의 2022년 트로트 오디션에 그의 딸이 아버지 모르게 출연했다. 심사위원이었던 그는 가차 없이 예선에서 탈락 시켰다. 2023년 트로트 오디션에는 아들이 아버지 모르게 또 출연했다. 아들 역시 예선에서 탈락이었다. 심사위원으로 온 동료 가수들이 너무 심하다고 하였으나 그의 대답은 같았다 ‘우리 애는 실력이 모자라.’

중국 기록에 한국인은 음주 가무를 즐기는 민족이라고 쓰여 있다(후한서). 노래를 즐기는 민족은 그에 걸맞은 트로트 오디션 과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 트로트 경연 참가자들은 10년 이상 무명 생활을 보냈다. 그들의 노력은 피나는 시간이었다. 도전과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 기성 사회의 모멸감은 그들을 계속 고통 속에 빠뜨렸다. 그런 그들에게 트로트 오디션은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한 과정이 제공되어야 한다. 후반기에 실시될 예정인 트로트 오디션의 심사과정은 공정을 의심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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