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어른의 역할
[달구벌아침] 어른의 역할
  • 승인 2023.04.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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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교사
얼마 전 큰아이들이 대구시교육청이 주관하는 ‘학교 교육 지원자로서의 학부모 인식 정립 슬로건 공모’에 대한 안내장을 가지고 왔다. 사교육에 따른 교육 수준의 편차가 심해짐에 따라 시교육청의 입장에서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인식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였다. 내 주변에도 동네의 분위기나 본인의 욕심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내 아이의 강점을 개발시키기보다는 단점을 보완하려 노력하며 ‘하지 않으면 안될거 같은’ ‘시키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에 놓인 경우가 꽤 많다. 그런 이들에게 종종 “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 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로 소박하다. “그냥 뒤처지지 않는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

이때도 중요한 건 가치인 듯하다. 부모 자신이 정확한 가치관을 정립해야 아이들도 행동과 판단에 기준이 생긴다.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 학업 전반에 대해 우리가 지나온 길을 걷는 아이들에게, 시행착오로 인한 좌절감을 맛보지 않고 꽃길만 걷도록 하는 조련사의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와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적성을 찾고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주어야 할까?

후자가 좋다는 건 대개 알고 있지만, 막상 내 아이의 일이 되면 욕심이 앞선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힘든 일이나 감정들은 최대한 배제하여 어려움을 모르는 밝은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남아 미술 연구소의 최민준 소장님은 “아이의 단점을 어떻게 극복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에 늘 한결같이 답한다. “단점을 극복하지 마시고 장점을 키워주세요. 이렇게 키운 자존감은 자신이 약한 분야에 도전할 연료가 됩니다.”

실패를 모르고 자란 아이는 처음 실패를 경험하면 대개 크게 좌절하고 주저앉고 만다. 회복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작은 실패와 좌절, 회복의 과정을 겪으며 자란 아이는 더 큰 일이 닥쳐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회복탄력성이 생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2011년 연세대 김주환 교수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우리 부모님은 딸인 나를 예뻐만 하셨다. 대부분의 관심은 장남인 오빠에게로 갔다. 어른이 되어서도 약간은 외롭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부모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뒤늦게서야 적당한 무관심이 나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정도의 결핍이 존재해야 비로소 그것을 채우려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아이들에게 약간의 여백을 주는 게 어떨까. 아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시간에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백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진짜 나를 마주하며 성장한다.

‘엄마의 역할’에 대해 자주 고민하게 된다. 정해진 답은 없지만, 그 기준은 늘 ‘무엇이 중요한지’, 즉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생각이 통통 튀는 아이들이 어느새 획일화된 사고를 하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도록, 부모가 먼저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아이들에게 생각의 틈바구니를 만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어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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