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교권 추락 더 이상 방치는 안돼
[데스크칼럼] 교권 추락 더 이상 방치는 안돼
  • 승인 2023.05.1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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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교육데스크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초등 교과서 음악에 실린 ‘스승의 은혜’ 노래 가사다.

70~80년대 학교에서는 스승의 날이면 풍금(오르간)소리에 맞춰 학생들이 노래를 불렀다.

학생들 중에는 노래를 부르면서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을 붉히거나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으로 손편지를 적었고 카네이션꽃을 달아드리는 학생들도 많았다.

교사들은 교육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고 학생, 학부모들은 최소한 학교생활에서 만큼은 교사들에게 모든 권한을 위임했고 교육방식에 동의했다.

지난 13일 고교총동창회 체육대회가 있어 모교에 갔다. 고교를 졸업한 지 35년이 흘러 찾은 모교는 새로운 건물 몇 동이 생긴것을 제외하고는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았었다. 몇 십년만에 만난 동기들도 있어 처음에는 어색도 했지만 1시간쯤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학창시절 얘기가 오고가면서 어느덧 고교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학창시절 얘기를 하면 당연히 빠지지 않는 소재가 있다. 담임을 비롯해 꽤나 유명했던 선생님들 활약상(?)과 제자를 위해 헌신했던 분들.

80년대 중반에 다녔던 모교는 학력신장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패기와 열정에 찬 젊은 교사들은 새벽부터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서야 퇴근했고 자율학습이란 이름하에 학생들은 평균 하교시간이 밤 10시(고3 특별반은 새벽2시)였다. 학습분위기를 흐트리는 농땡이들은 매를 맞았고 한반에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모든 반원들이 책상위에서 무릎꿇고 두손을 들고 벌을 섰다. 모두가 당연하게 여겼고 단 한명의 학부모도 인권 침해라며 학교를 찾아와 항의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농땡이를 치는 학부모는 학교에 와서 선생님에게 아들을 올바르게 키워 달라며 훈육을 당부했다. 학습·교우관계 등을 흐리는 학생에게 교사의 체벌과 훈육은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였던 시절이였다.

체벌을 정당화 시키거나 미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고3때 담임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제자를 위해 등록금을 대신 납부해줬고 교재도 구입해 줬다. 덕분에 이 친구는 서울대에 입학했고 훌륭한 사회인이 됐다. 고3때 담임의미담은 돌아가신 후에 알게 됐다. 담임 선생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고 동기들 20여명이 장례식장을 찾았고 장지까지 갔다. 고3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친구가얘기를 했고 이 친구는 돌아가신 선생님의 자녀에게 받았던 도움을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주었다.

체육대회서 동기들과 흘러간 추억들을 얘기를 하고 있는데 한 친구가 불쑥 “지금은 교사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달라졌다. 교육자는 옛말이고 학부모, 학생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교사직에 대한 인기가 바닥이다. 교사가 3D업종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고 했다.

50대 중반, 자녀들이 대부분 대학을 졸업했거나 대학에 다니는 연령대인 우리들에게는 낯설은 얘기였다.

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해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교사를 만났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있으니 너무 기막히고 어이가 없었다. 교실에서 소란을 피우는 학생을 일으켜 세웠더니 학부모가 아동학대라고 신고를 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교사가 눈을 크게 뜨고 학생을 봤더니 자녀가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해 학부모로부터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학생에게 다소 높은 톤으로 얘기하면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항의하는 부모들도 많다고 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학부모 항의를 넘어 변호사까지 대동해 민형사상 고소를 하겠다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했다.

“교사 주제에 니가 뭔데 우리애에게 큰소리를 치냐. 기껏 교사주제에”라고 말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교사가 천직이라는 생각에 대입 수능에서 전과목 합쳐 3문제만 틀려 SKY에도 진학 할수 있었지만 교대에 입학했고 교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는 이 교사는 일부 학부모로 인해 자존감이 무너지고 직업에 대한 회의감까지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눈망울이 똘망똘망하고 가정형편은 어렵지만 밝게 웃고 지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했다.

경쟁사회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지식 습득만을 원하고 지혜, 인성, 대인관계는 태무심하는 학부모,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교권 추락이 지속되면 유능하고 인성을 갖춘 재원들이 교사직을 멀리하게 되고 결국 피해는 학생, 학부모,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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