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 2017년의 땀과 눈물, 잊지 말기를
[백정우의 줌인아웃] 2017년의 땀과 눈물, 잊지 말기를
  • 백정우
  • 승인 2023.06.2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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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동석
영화 ‘범죄도시3’ 스틸컷

‘범죄도시3’가 개봉 20일 만에 관객 900만 명을 돌파했다. 현재로는 어떤 영화가 와도 꺾기 힘든 기세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얼어붙은 3년 동안 흥행대박인 유일한 한국영화가 ‘범죄도시’ 시리즈라는 건 시사적이다. 이를테면 옳고 그름, 선과 악이 모호해진 한국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법과 도덕이 아닌 열혈형사 마석도가 날리는 통쾌한 한방이라는 방증. 한편 흥행 침체기에 접어든 영화계에서는 ‘범죄도시3’의 무한질주가 더없이 반갑다. 때문인지 모든 매체들이 ‘범죄도시3’가 하루하루 갈아치우는 흥행기록만 전파해왔다. 그런데, 극장 밖에서 바라봐도 같은 느낌일까?

거칠게 말하자면 나는 ‘범죄도시3’에 큰 기대가 없었다. 어차피 마동석에 기댄 영화이고 흥행에 성공하든 아니든 4편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였다.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시리즈는 계속될 터였다. 그러나 아니 그럼에도 실망이 컸다. 3편에는 이야기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범죄도시’의 시작은 2017년 강윤성 감독이었다. 1편은 14년간 기다려온 강윤성과 무명·단역배우들과 스태프의 절치부심이 흥행을 견인했다. 배우 경력의 마지막으로 생각한 윤계상을 재기시켰고, 마동석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들었으며 진선규와 김성규와 박지환을 부동의 조연급으로 올렸다. 얼굴만 익숙했던 조재윤과 허성태와 최귀화의 이름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미술팀은 대림역 뒤편 조선족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대림역 일대에선 촬영이 불가능했으므로) 신길동 재개발 9지구 200미터를 부수고 세트를 지어 조선족 조폭이 활보하던 2004년 대림역 뒷골목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단순한 범죄·액션영화가 아니었다.

2편은 라이징 스타 손석구를 빌런으로 캐스팅하며 팬데믹이라는 최악의 환경에서(경쟁 작품이 없는 최상의 조건으로) 1,260만 관객동원의 기적 같은 흥행을 이뤄냈다.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 로케이션이 무산되었음에도 최소한의 인원으로 현지 배경을 찍어 CG를 입혔고, 나머지는 베트남처럼 꾸며 촬영했다. 재외국민 표적납치와 살인을 일삼는 흉악범죄 집단과 한국경찰을 대극으로 놓고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벌이는 추격전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손석구의 빌런 연기는 탁월했으며, 마동석의 미친 타격감은 음향효과에 힘입어 임팩트를 더했다. 반면 3편은 빈약한 서사를 타격음(타격감이 아니다)과 코미디로 메우려는 듯해보였다. 1편과 2편이 흉악한 범죄자를 응징하기 위해 마석도를 불러냈다면, 3편은 마석도를 위해 반사회적 범죄 집단을 만들어낸 모양새였다. 야쿠자로도 메우기 힘든 빌런의 허약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한국영화의 부진 속에서 유일한 구원투수처럼 등판한 ‘범죄도시3’는 쌍 천만 영화 등극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흥행작이라고 해도 동일한 패턴에 악당 얼굴만 바꾸는 시리즈의 장수를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범죄도시3’가 나쁜 영화라는 얘기가 아니라, 마석도와 같은 분노 해결방식이 요구되는 세상, 카타르시스에 열광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7년 추석에 첫 선을 보인 아주 작은 영화 ‘범죄도시’는 그해 영화평론가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10’에 올랐고, 강윤성 감독은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시리즈에 참여할 모든 제작진이 이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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