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동성로 르네상스’는 문화 혁신이 핵심이다
[박명호 경영칼럼] ‘동성로 르네상스’는 문화 혁신이 핵심이다
  • 승인 2023.07.16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다. 지난 6일, 대구시가 내년까지 4성로(동서남북) 일대를 글로벌 쇼핑 관광지로 브랜딩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 도심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이른바 ‘동성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관광특구 지정, 청년문화 부흥, 골목경제와 상권 활성화, 도심공간구조 개편 등 4개 분야에서 13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대구의 중심인 동성로의 명예를 회복하고 침체된 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동성로를 뉴욕의 맨해튼 타임스퀘어 같이 밤이 화려한 거리로 바꾼다고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도심 상권 특유의 볼거리, 놀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편해 동성로를 중심으로 도심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활기찬 모습으로 확 바뀌게 될 동성로 상권을 기대한다.

그러나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장사의 주체인 동성로 상인들의 내면적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산을 투입하여 만드는 가시적인 하드웨어나 물리적 여건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상인정신의 변화, 곧 휴먼웨어의 변화가 필수다. ‘동성로다운 문화’를 정착시켜 장사에 적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장사철학과 장사방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실행하는 일이다. 이렇듯 동성로 상권은 새롭고 바람직한 문화로 무장해야만 되살아난다. 그리고 상인들은 고객가치를 제대로 확인하고 고객만족을 철저히 실천해야 한다.

지난 4월 24일자 본란에서 필자는 동성로 상권의 활성화는 ‘장소브랜딩’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객들이 동성로를 바람직한 비즈니스 공간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동성로는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소비자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선호하도록 브랜딩 하는 것이 답이다. 그것은 동성로만의 독자적인 문화를 재창조할 때 가능하다. 결국, 동성로 상권이 동성로의 ‘새 문화’로 온전히 녹여질 때 비로소 동성로 상권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 결과 동성로 상권의 과거 영광도 재현될 수 있다.

동성로의 ‘새 문화’는 과거 문화로의 회귀가 아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성을 지닌 혁신적인 문화라야 한다. 14∼16세기의 르네상스가 무엇인가. 개성과 합리성, 그리고 시대적 욕구를 반영한 문화 혁신 운동이 아닌가. 따라서 ‘동성로 르네상스’는 다른 상권의 문화나 동성로의 과거 문화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혁신적인 문화로 거듭나야 가능하다. 문화 혁신은 혁신의 주체인 상인들이 주도하여서 그들이 공유하는 태도, 신념, 가치 등의 변화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새롭게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왜 문화가 이토록 중요한가. 문화는 개인, 기업, 국가의 번영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모든 집단과 사회는 공유된 가치인 문화 속에 흥망성쇠의 답이 있다. 미시간대학교의 로널드 잉글하트는 문화적 가치와 정치·경제적 성취도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에서도 문화는 모든 전략과 조직구조에 우선한다. 1980년대 초에 발표된 ‘초우량기업의 조건’에서 피터스와 워터만은 기업 성공의 모형인 ‘7S 구조도’의 중심에 ‘공유된 가치관’, 즉 조직문화를 제시했다. 가치를 공유하면 동료와 고객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가를 알기에 사이좋게 협력할 수도 있다. 심지어 경쟁마저 평화롭게 할 수 있다. 이처럼 가치가 공유되면 어떤 태도로, 무엇에 집중하며,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연대를 이룰 것인지를 알게 된다.

문화는 조직의 번영을 이루는 원동력이다. 따라서 조직에 바람직한 문화가 없다면 그 조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동성로 르네상스’를 지향하는 동성로 상권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상권의 성패는 하드웨어적 여건 변화가 아니라, 동성로가 추구하고 실현하려는 문화적 정체성과 탁월성이 좌우한다. 그러므로 동성로 상인들의 공유된 가치관을 기반으로 그들이 제안하는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최대한 성실하고 정직하게 실천해야 동성로 상권의 미래가 있다. 그것이 ‘동성로 르네상스’에 대한 올바른 이해이며, 동성로가 번영할 수 있는 기본 전제다.

단언컨대, 동성로 상권의 부활은 정부나 지자체 등 외부기관의 지원이 아니라 바로 상인들의 창의성과 자율성, 열정과 협동, 그리고 성취를 위한 강인한 노력에 달려 있다. 상인들의 혁신적인 문화가 동성로의 부활을 결정한다. 따라서 상인들 스스로 바람직한 문화와 장사 전략을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 일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타인이 결정하게 하거나 외부 유력자들의 보호에 의존하는 것은 동성로의 미래에 치명타가 될 뿐이다. 동성로 상인들이 어떤 경우에라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가치는 과연 무엇이 되어야 할까?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