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저씨
  • 여인호
  • 승인 2023.07.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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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이름이 뭐예요?", "이름? 글쎄, 이름이 뭘까?", "아저씨, 재능기부 오셨어요?", "그래, 재능기부 온 키다리 아저씨이다.", "이름이 키다리 아저씨예요?", "그래, 키다리 아저씨."

2023년 6월 16일 금요일에 대구A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B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아이들이 들락날락합니다.

“키다리 아저씨 다음에는 언제 와요?”, “나는 모르겠는데, 담임 선생님께 여쭈어보세요.”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을 채근합니다. 결국 키다리 아저씨가 다시 2학년 교실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구A초등학교 C입니다. 오늘 보도자료에서 ‘학교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에세이집 출간 소식을 보았습니다. 며칠 전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장학 지도 때 평소 자신의수업을 40분 그대로 보여드리고 장학사님께 지도를 받고 싶은데 그렇게 해도 되는지 여쭈어보셨습니다.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니 수업에 대한 고민이 너무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서 방법을 구해보고 싶다고 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갑자기 가슴이 울컥하고 눈물이 나왔습니다. 교직생활 중 항상 마음에 맺힌 물음과 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아직 답을 모르는 것 같은 저는 그런 용기를 내지 못하였는데, 젊은 여선생님이 그렇게 용기를 내시는 게 너무나 고마웠고 제 무의식중에 맺힌 매듭을 누군가 풀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이 김영호 교장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2023년 5월 25일 목요일에 영호의 세 번째 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대구A초등학교의 C 교장선생님께 받은 내용입니다. 바로 통화를 했습니다. 그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시거나 영호가 방문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과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수업을 보았습니다. 선생님에게 경청하는 아이, 엎드린 아이, 선생님 말씀 중간에 끼어드는 아이 등 선생님이 참 힘들어 보였습니다. 10분 정도 영호가 수업을 했습니다. 미리 보아 둔 국어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읽는 게 힘든 아이도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은 체육활동과 식물에 물을 주는 시간이었는데 아이들이 매우 활발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담임 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질문을 하면 영호가 답을 하고, 영호가 질문을 하면 선생님이 답을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7월 5일 수요일에 다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키다리 아저씨입니다. 아이들이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준비해 간 학습지로 읽기, 읽은 글에서 낱말 찾기, 찾은 낱말을 보고 쓰기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너무나 달라져 있었고, 담임 선생님 표정이 무척이나 밝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수업을 마치기 전에 다음과 같은 편지와 함께 걱정인형을 하나씩 주었습니다.

“♡사랑합니다♡ 대구A초등학교 2학년 1반 ○○○에게. ○○아 안녕, 키다리 아저씨야. 오늘 함께 공부해서 무척 기분이 좋았어. ○○아. 앞으로 ○○○ 담임 선생님과 공부 열심히 하면 좋겠어. 걱정거리가 있으면 걱정인형에게 말해 보렴. 그리고 잠 잘 때 베게 밑에 두거나 가까이에 두렴. 그러면 너의 걱정이나 근심이 다 사라질 거야. 그리고 좋은 일을 말해주면 네 기분이 더 좋아질 거야. ○○아 안녕! 2023년 7월 5일 수요일에 너의 친구 키다리 아저씨가.”

“키다리 아저씨, 다음에는 언제 와요?”, “글쎄, 잘 모르겠는데…….” 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키다리 아저씨가 된 영호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영호는 언제라도 그 누구에게라도 ‘키다리 아저씨’이고 싶습니다.



김영호 대구교대부설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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