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작업은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한다.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하나하나가 쉽게 만들어지는 작품이 어디 있겠는가 마는 특히나 나의 작업은 많은 노동이 필요하다.
작업이라는 것이 살아온 환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듯이 나또한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것같다. 농사 짓는 부모님 밑에서 수확물 하나를 얻기위해 수많은 과정과 땀이 들어가야 한다는걸 알게 되었다.
힘든 인내의 과정을 감내해야 하고 단순반복적인 노동이 필요하며 더불어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런 과정을 몸소 겪어보니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워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것들에 대한 관심…. 미세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그러나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것들! 그들이 하나가 아니라 다수로 군집을 이룰 때, 그 존재감은 드러나고 형언할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하나일 때는 보잘것 없으나 둘이 되고 무리를 이루었을때 그 존재감은 드러난다.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군집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단조롭고 기계적 반복 작업을 통해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고 수십 수만 개가 엉키어 비로소 하나의 덩어리로 형상화된다.
하나의 큰 덩어리로 형상화하기 위해 일단 수많은 기본 형태가 필요하다. 판재로 켠 나무에 각기다른 크기의 반원형태로 밑그림을 그린뒤 그림형태 대로 잘라 나간다. 그렇게 잘라낸 기본 덩어리를 조각칼로 일단 각을 쳐낸 뒤 유연한 곡선 형태로 만든다.
여기서부터는 지루한 반복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다듬어진 개체를 하나 하나 이어나가는 작업을 한다.
하나의 개체가 다른 개체와 이어질 때 최대한 유연한 곡선이 되도록 신경 써서 이어 붙여 나간다. 하나와 하나가 이어져 나가면서 처음에 단순한 곡선이던 것이 얽히고 설키어 뭔가 서로 뒤엉켜 있는 군집된 유기체와 같은 덩어리로 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