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 시인, 산문집 ‘그래도 살아남아 사랑해야 한다’ 출간
윤일현 시인, 산문집 ‘그래도 살아남아 사랑해야 한다’ 출간
  • 황인옥
  • 승인 2023.07.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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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몰상식이 활개치는 시대
상식 존중 시대 위해 시·산문 쓴다”
힘든 청년들 ‘김광석 길’ 가라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 있어
공교육이 중심·사교육은 보조
창의력 육성 ‘인문강좌’ 15년
읽기는 모든 지적 활동의 기반
챗GPT 들어올수록 독서 중요
윤일현4
윤일현 시인

공사 교육에서 40여 년간 입시 전문가, 교육평론가로 활동하며 대구 사교육계의 대부라는 평을 받은 윤일현 시인이 평생 의지한 건 사람도, 자리도 아니었다. 누구보다 부침이 많았던 인생 여정에서 그를 성장시키고 견디게 한 것은 책이었다.

그는 교육 민주화 운동으로 해직된 후 공교육 현장에서 밀려나 살기 위해 학원가로 나왔다. 사교육 분야에서 일가를 이뤘지만, 그는 늘 외롭고 힘이 들었다. 책은 평생 그에게 최고의 스승이자 최상의 벗이었다.

◇ 일곱 번째 산문집 ‘그래도 살아남아 사랑해야 한다’

그가 최근 일곱 번째 산문집인 ‘그래도 살아남아 사랑해야 한다’를 출간했다. 이번 산문집은 2020년 3월, 대구가 코로나19로 셧 다운 된 이후의 삶과 인간 사회를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1부 문인수 시인을 심고 나서 △2부 묘비명 고치기 △3부 국밥 욕보이지 말라 △4부 옛사람의 찌꺼기 등 총 4부로 구성됐다.

당시 대구가 셧 다운 상황에 놓이자, 그는 뜻을 같이하는 시인들과 세계사적인 재난의 중심에 있는 대구가 겪는 일들을 시 작품으로 남기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코로나 엔솔로지 ‘아침이 오면 불빛은 어디로 가는 걸까’를 출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구는 하나다. 전 세계의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는 대한민국만 살아남을 수도 없다. 이제 대구를 넘어, 전 국민의, 전 인류의 연대를 생각하며 삶의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며 “생태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간과 자연, 국가와 국가, 인류 상호 간의 공존과 공생을 생각하며 지속 가능한 개발과 발전을 추구하며 서로 연대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연민과 배려, 사랑의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위선과 허위, 몰염치와 몰상식의 시대다. 상식은 극복과 존중의 대상이다. 상식에 도전하기 위해 시를 쓰고, 상식을 조롱하는 시대와 맞서기 위해 산문을 쓴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상식이 조롱받지 않는 사회다. 그는 지역 문단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모든 예술 단체는 잿밥보다는 본질에 충실하라고 질책한다.

그는 이 책에서 젊은이들에게 남다를 애정을 표한다. 답답하고 힘든 날은 김광석 거리로 나가보라고 주문하며, 울분과 분노, 불안과 절망, 슬픔과 비탄이 그들의 가슴을 잠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다 보면 나를 기다리는 ‘그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그대’는 우리가 기다리는 ‘희망의 전령’이다. 이불을 박차고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고뇌하는 사람들끼리 희망의 불씨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그는 공동체 회복도 강조한다. 그 옛날 고향에서 느끼던 따뜻하고 포근한 인간미와 상부상조, 상호 배려와 연민의 미덕을 회복하자고 강조한다.

◇수능 킬러문항 배제와 사교육

학원가에서 입시전문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는 평생 공교육을 옹호했다. 공교육이 중심이 되고 사교육은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다.

실적 위주의 사교육 현장에서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교육’, ‘실력이 있으면서도 감수성이 예민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한 학생’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그의 소신이 이끈 실천이었다. 그는 15년간 ‘윤일현의 금요강좌’를 진행하며 인문학과 자녀 교육을 접목하려고 했다.

최근 킬러문항 배제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는 상황에 관해 물었다. 대학 서열이 무의미해지는 혁명적 상황 반전이 없다면 절대평가를 도입하든 상대평가를 도입하든, 문제가 쉽든 어렵든 명문대와 의대 입학을 위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입장이다.

그는 “균등한 기회 보장, 위력이 여전한 명문대 중심의 일자리 경쟁, 직군 간의 지나친 임금 불균형 등의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사교육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 독서와 글쓰기의 중요성

그는 평생 ‘입시 전문가’와 ‘문학과 책 읽기를 통한 미래의 길찾기’라는 두 가지 일을 병행해 왔다.

“읽기야말로 모든 지적 활동의 기반이다. 읽기를 통한 문해력이 있어야 다른 과목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앞으로 인류는 ‘자기 삶에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인간’과 ‘과학기술이 낳은 성과물과 빅데이터에 좌우되고 조정되는 인간’으로 나누어질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으로 문화적·문학적·예술적 기본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더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향유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올수록 독서는 더욱 중요하다며 힘주어 강조한 말이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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