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당신의 소속은 어디입니까?
[대구복지논단] 당신의 소속은 어디입니까?
  • 승인 2023.08.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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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리 대구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장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끝없는 연결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공동체에 소속되어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꽤 자주 ‘당신의 소속은 어디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외국을 나가면 출신국가를 이야기 할 때가 많고, 업무와 관련된 사람을 만나면 명함을 건네며 자신의 소속을 밝히곤 한다. 출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 팀을 응원하고,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과 동창이 되어 모임을 가진다.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동아리를 만들고, 교회와 성당 등에서 종교 활동을 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타인과의 관계로 구성된 공동체 속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인 것이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부부는 같이 살면서 닮아간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소속된 공동체를 닮아가며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에이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는 1943년 발표한 논문 ‘A Theory of Human Motivation’에서 인간의 욕구에는 단계별 위계가 있다는 ‘욕구 5단계 이론’을 발표하였다.

매슬로우가 이야기하는 욕구 5단계는 생리적, 안전의 욕구와 같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적 욕구와, 존경과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의 욕구, 그리고 기본적 욕구와 상위의 욕구를 연결하는 ‘소속의 욕구’로 구분할 수 있다. 8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이론이 여전히 학습되고 연구되고 있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부터 가장 높은 자아실현의 욕구까지 인간의 욕구는 여전히 변함없이 추구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단계별 욕구 중 특별히 ‘소속의 욕구’는 개인이 사회로부터 존경을 받고 자아실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단계로 인식된다. 소속감은 단순히 물리적인 소속만이 아닌,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한 사회에서는 낙오하지 않기 위해 조직에 소속되려는 경향이 강했고, 소속감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우리사회는 과거와 달리 개인중심의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소속감 또한 과거에 비해 약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1인 가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족체계가 되었고, 학교에 소속되지 않고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직장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 직업인들이 늘어가고, 1인 기업과 콘텐츠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는 어느 곳에 소속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그리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와 소속감의 약화는 사회복지사의 시각에서 볼 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과거 복지기관이 부족하거나 없었을 때. 삶이 어려운 주민들에게 공동체를 제공하고 소속감을 심어주는 것은 지역주민들의 역할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역사회 복지기관이 증가하면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사회복지사들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인식되었다. 이로 인해 복지기관들에게는 지역 주민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실제적인 소속을 만들어주는 것이 요구되었고, 이는 지역주민조직화 활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자들도 복지서비스는 받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주민들이 소속된 곳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다. 이는 비단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소속감의 단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단절은 고립감의 심화, 각종 위험으로부터의 노출, 사회부적응 등으로 이어져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사회가 가고 있는 길을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나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가? 나의 이웃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으며, 사회공동체 속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떠나가는가? 수용과 포용의 사회로 나아가며 단절의 시대를 끊어야 한다. ‘당신의 소속은 어디입니까?’ 누군가 질문한다면,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회공동체 한 두 곳쯤은 가지고 있는 지역사회여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우리사회를 지켜가는 안전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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