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동북아 질서 70년만의 대격변에 거는 기대
[윤덕우 칼럼] 동북아 질서 70년만의 대격변에 거는 기대
  • 승인 2023.08.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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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우리는 우리 3국과 우리 국민들을 위한 전례 없는 기회의 시기에, 그리고 지정학적 경쟁, 기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그리고 핵 도발이 우리를 시험하는 역사적 기로에서 만나게 되었다. 진정한 파트너들 간 연대와 조율된 행동을 요구하는 순간이자, 우리가 함께 만나고자 하는 순간이다. 한미일은 우리 공동의 노력을 조율해 나가고자 하며, 이는 우리 3국 간 파트너십이 모든 우리 국민들과 지역, 그리고 세계 안보와 번영을 증진시킨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처럼 역사적 기로를 언급하며 3국 정상회의를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 정상은 3국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을 담은 이 성명을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명명했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외교, 국방, 금융 산업, 사이버, 개발, 지역 정책 등 각 분야에 대한 한·미·일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점증하는 안보 위협에 대한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와 첨단기술 분야까지 공급망 교란 상태에서 공조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방위 협력의 새 시대를 열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도 매년 정례화된다. 이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동북아 질서 70년만의 대격변’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미동맹(1953년)·미일동맹(1951년)의 동북아 안보체제 탄생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의미다. 한·미·일 정상들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개의 문서를 채택했다. 이번에 채택된 3건의 문건은 한·미·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이행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행동을 담았다.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공동 가치와 규범에 기반해 한반도와 아세안, 그리고 태도국(태평양도서국)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강화를 천명하는 내용이다. ‘캠프 데이비드 정신’은 공동 비전과 정상회의 주요 결과를 풀어 쓴 공동성명이다. ‘정신’에서는 한미일 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망라됐고, ‘원칙’에서는 향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들을 문서로 합의했다. 공동성명 중 역내 위협에 공동 대응하는 부분만 따로 떼서 작성한 게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이다. 이 ‘공약’은 역내(域內) 안보 위협 발생 시 3국이 협의를 통해 공동 대응을 모색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국 중 한 나라가 위협받으면 우리 모두가 위협받는 것”(17일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이라는 인식 하에 만들어진 문건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를 “역내에 위기가 발생하거나 우리 중 어느 한 나라라도 영향을 받을 때마다(whenever)”, “위기의 근원이 뭐가 됐든 관계없이(whatever source it occurs)” 등으로 표현했다. 이 문건대로라면 북한이 한국을 노린 전술핵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을 할 경우에도 3국 고위급에서 핫라인을 가동하는 게 가능해진다.

한·미·일은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개최하고 국가안보보좌관(국가안보실장), 외교장관, 국방장관, 상무·산업장관 간에도 연 1회 정례적으로 회동하기로 했다. 재무장관끼리도 회동을 시작해 정례화 여부를 검토한다. 세계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한·미·일 3국 정상이 매년 만나 군사, 외교부터 반도체 공급까지 논의한다는 것은 강력한 경제·안보 블록이 탄생했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북핵 등 공동 위협에 직면해 있고, 안보와 경제에선 서로 의존하면서도 전쟁, 식민 지배 역사 등으로 복잡했던 한일관계가 한·미·일 3국 협력의 약한고리였던 점을 감안하면 3국 관계가 새로운 역사적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이번 한·미·일 3국 정상회의 성과와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한미일 대화는 지속 기반이 취약했고 협력 의제도 제한적이었다”며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3국의 포괄적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고 공고화하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는 글로벌 복합 위기와 도전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공동의 리더십과 책임의식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번 3국 정상회의로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갖춘 더 튼튼한 안보의 기틀이 되고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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