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출신·활동 예술인들 구성
작품 발굴하고 평가·예산 지원
지난 2021년,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이 취임하며 던진 질문은 “장기적으로 한국 오페라의 미래와 발전을 도모하는 일은 무엇일까?”였다. 그는 당시 국내 유일의 오페라전용극장을 보유하고 한국 오페라 발전을 선도해오고, 개관 20주년을 바라보고 있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진정한 국내 오페라계의 맹주가 되기 위해선 ‘브랜드 오페라를 개발’하는 극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 전문 제작 극장으로의 도약이었다.
그의 진단이 도전적이고 실천적인 프로젝트로 가시화 된 것이 2021년 7월에 발족한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연구회(이하 카메라타)’다. 사야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카메라타’는 오페라 탄생의 근원지였던 16세기 피렌체의 ‘카메라타’의 오페라 창작 정신을 계승하고, 한국적이며 세계적인 D(대구)-Opera 제작을 위해 구성된 연구모임이다.
‘카메라타’는 정 감독을 좌장으로 음악대학 교수, 오페라 작곡가, 극작가, 국악 작곡가, 성악가 등 예술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의 문화리더들로 구성됐다. 발족 후 지난 2년여 동안 분야별 자문위원의 정기적인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대구를 대표하는 창작오페라 제작을 실현하는데 열정을 기울여왔다. 그 첫 결실인 창작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이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6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264, 그 한 개의 별’은 대구지역의 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의지가 담긴 수작이다. 제10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이자 그 해 오페라대상을 수상한 ‘청라언덕’의 작곡가 김성재와 2019년 대한민국오페라축제 대상을 수상한 ‘윤심덕, 사의 찬미’의 대본가 김하나의 작품이다.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관장과 카메라타 연구회 자문위원회는 “여러 작품 중에서 이 작품이 뽑힌 가장 큰 이유로대구 근대역사를 대표하는 인물인 시인 이육사의 뛰어난 문학적 업적과 삶의 이야기가 오페라 안에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며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육사를 각각 투쟁하는 청년, 문학가이자 한 여인의 남편, 의열단원 등 다양한 캐릭터로 그려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페라 ‘264, 그 한 개의 별’은 ‘카메라타’가 발굴한 네 편의 작품 중 하나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담긴 우리의 스토리와 아름다운 모국어로 창작된 네 편의 창작오페라를 지난해 발굴하고, K1차 쇼케이스와 2차 전막 ‘리딩’ 공연을 펼쳤고, 그 중 ‘264, 그 한 개의 별’을 최종 선택했다. 대표적인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의 생애를 다루는 이 오페라는 향후 수정 및 보완을 거치고 무대·의상을 갖춰 내년 대구국제오페라축제 폐막작으로 선보이게 된다.
“오페라축제 열리는 유럽 도시
작곡가 고향 등 스토리텔링 보유
대구 정서 묻은 작품 제작 의욕”
‘카메라타’가 바라보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창작오페라는 철저하게 대구에 주목한다. 정 관장은 “유럽에서 오페라축제가 열리는 지역들에는 작곡가의 고향이라거나 오페라의 초연 극장이 있거나, 세계적인 관광지거나 하는 등의 스토리텔링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역시 공공 오페라 극장의 정체성을 위해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가진 오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대구의 예술인들이 대구의 정서를 대구 산 오페라에 입히는 것이었다.
대구 산 오페라를 지향하는 방향성에 따라 ‘카메라타’를 통해 제작되는 오페라는 대구의 소재로 대구의 예술인들이 주축이 된다. 대구 출신이나 대구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 오페라 제작의 주역을 담당한다. 오페라 창작은 작곡가와 극작가가 한 팀을 이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오페라의 소재나 줄거리, 음악 등 오페라 전반에 대해 이들에게 전권을 부여한다. ‘카메라타’는 각 단계마다 평가와 조언 그리고 예산 등의 지원을 하게 된다.
작년 ‘264, 그 한 개의 별’ 발굴
지역 근대인물 이육사 생애 다뤄
대구형무소 연계 지역성도 살려
이번에 1차로 발굴한 네 편의 작품은 모두 그 원칙을 따르고 있다. 그 중에서 최종 선정된 ‘264, 그 한 개의 별’은 대구 근대역사를 대표하는 인물인 시인 이육사의 뛰어난 문학적 업적과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생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육사를 각각 투쟁하는 청년, 문학가이자 한 여인의 남편, 의열단원 등 다양한 캐릭터로 그려냈다. 배경이 되는 장소 또한 현재 역사적 유산으로 남아있는 ‘대구형무소’ 등 지역과 연관이 깊다. 음악을 작곡한 김성재와 대본을 쓴 김하나 역시 대구 출신이거나 대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며, 성악가들 역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캐스팅됐다.
오페라 제작 극장으로서의 역량이 축적되면 다음 행보는 해외 진출이다. 애초에 대구를 소재로 대구의 예술인들이 뭉친 데는 우리의 정서가 묻어있는 오페라를 제작하기 위한 배경이 깔려 있다. ‘카메라타’를 통해 배출한 창작오페라가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브랜드 오페라가 되고, 그 오페라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대구오페라하우스 산 창작오페라의 해외진출 가능성은 이미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윤이상의 오페라 ‘심청’이 높여주고 있다. ‘심청’은 2024년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에서 초청공연을 펼치게 된다. 2026년에는 독일 오페라의 심장부인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이들 모든 공연의 경비와 공연 개런티는 초대 극장이 부담하게 된다.
3개 창작품 2025년 해외 초청
작품성 인정 받아 경비도 제공
“문화 기반·역량 등 경쟁력 충분”
정 관장은 “우리 오페라의 수준을 인정했기에 대등한 관계로 우리를 초대했다”며 “모든 경비를 제공받고 대등한 관계로 오페라를 수출하는 곳은 국내에선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심청’으로 유럽 무대 진출의 문을 열었다면, 이제는 대구오페라하우스 창작 오페라가 그 뒤를 이을 차례라는 것이 정 관장의 진단이며, 그 중추적인 역할로 ‘카메라타’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용 극장이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위상은 불변하지 않는다. 이미 부산과 인천에서 오페라전용극장을 짓고 있고, 광주, 원주, 울산 등에서도 오페라전용극장 건립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 오페라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오페라를 창작하는 것은 지역의 문화적인 기반과 축적된 역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이 점에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경쟁력이 높다.
“카메라타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맹주 자리를 지키고 해외 무대로 뻗어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