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정 세 번째 독주회…대구문예회관 10일
최현정 세 번째 독주회…대구문예회관 10일
  • 황인옥
  • 승인 2023.09.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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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철현금 동시 연주 ‘풍요로운 음색’
“철현금은 현재-미래 가교 악기
전통·첨단시대 공존 위한 도전
제가 작곡한 곡으로 독주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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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 독주회 공연 모습.

고구려에서 유래된 한국의 전통 현악기인 거문고는 나무에 명주실 여섯을 매어 술대로 뜯는 악기로, 낮고 중후한 소리부터 높은 소리까지 넓은 옥타브의 소리를 낸다. 소리가 깊고 꿋꿋하여 선비들이 음악의 도를 닦는 그릇으로 소중히 여겨 왔다. 이에 반해 철현금은 20세기 이후, 국가무형문화재 ‘줄타기’의 보유자로 거문고와 기타에 능했던 김영철이 거문고와 기타의 장점을 수용하여 새로 만든 악기다. 기타와 비슷한 평평한 판에 울림통을 만들고 위 판에 24개의 괘를 그린 다음 8개의 쇠줄을 얹었으며, 거문고의 술대 탄법을 활용한다. 포크기타와 거문고가 미묘하게 반반씩 섞인 구수한 음색을 낸다.

전통 국악기인 거문고와 현대 국악기인 철현금을 동시에 연주하는 최현정의 세 번째 독주회가 10일 오후 5시 대구문화예술회관 비슬홀에서 열린다. 공연 제목 또한 명주로 만든 거문고와 철로 만들 철현금을 연주한다고 하여 ‘명주와 철’로 지었다. 철현금은 서울에서 진행한 그의 두 번째 독주회에선 선보였지만, 대구에선 처음 만난다. 국내에서 거문고와 철현금을 동시에 다루며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시공을 초월하는 연주자가 흔치 않아 귀한 공연이다.

이날 공연에선 지영희 명인에 의해 정리된 대풍류와 임동식의 거문고 성음에 영향을 받아 다양한 학습과 활동을 하며 정리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가락들로 이뤄진 임동식제 이재하 가락 거문고 산조, 전라도 지역에서 부르던 민요로 음계를 육자배기 토리를 사용해 연주하는 남도민요연곡 등의 곡을 거문고로 연주하고, 유일한 철현금 작품인 김영철류 철현금 산조를 철현금으로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선 장구거문과 이재하, 해금 김승태, 소리 장서윤, 장구 류재영 등이 함께 한다.

이날은 듣는 음악과 함께 시각으로 즐기는 이벤트도 선보인다. 허이나(ARTINA) 미디어 작가와의 협업으로 프로젝션 맵핑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를 통해 구현된다. 화이트 샤막을 이용한 맵핑 기술을 통해 곡마다의 분위기에 맞는 배경을 시각 디자인으로 펼쳐낸다. “관객들이 연주를 들으면서 연주자 뒤에 곡의 분위기에 맞는 영상이 펼쳐지면 감동도 증폭되고 몰입도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번 공연에는 남도민요의 분위기에 맞춰 미디어 아트 맵핑으로 구현한 꽃과 새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이 흐르게 된다.

25세의 젊은 국악 연주자인 그의 가까운 미래는 인공지능(AI)과 함께 하는 세상이다. 지금 당장에도 AI는 이미 우리 삶에 조금씩 녹아들고 있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에게는 당연히 “고루하다고 여기는 세련미와 감각을 추구하는 현대인에게 전통음악이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전통이 첨단 시대와 공존하기 위한 그의 선택은 ‘도전’이었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전통에 현대의 감수성을 더하며 현대인과 소통해야 한다는 절박한 사명감이 그의 가슴에 차올랐고, 그것이 전통에 현대의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점철됐다.

그의 첫 번째 도전은 거문고라는 전통의 바탕 위에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악기를 아우르며 보편성을 확보한 20세기에 전통 음악을 위해 개발된 철현금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보다 풍요로운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도전은 작곡이다. 조상들이 남긴 악보를 현대적으로 편곡하기도 하고,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곡을 쓰며 전통과 현대의 색을 입혀가고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청년 연주자로서 ‘국악이 현대인에게 좀 더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고, 그것이 전통 국악을 시대와 공감하는 음악으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요.”

이번 공연에선 도전의 결실들이 집대성되어 펼쳐진다. 전통 악기인 거문고와 20세기의 악기인 철금류를 한 무대에서 연주하고, 21세기의 첨단 기술과 미술을 접목한 미디어 아트도 펼쳐낸다.

철현금과의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경북대 국악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는데,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철연금과 인연을 맺었다. 거문고가 명주실이어서 음을 길게 사용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데, 쇠줄인 철현금이 거문고의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철현금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현재 철현금 보존회 단원으로도 활동하다.

“철현금 연주자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음이 엄청 길게 나오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고 철현금을 꼭 연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무엇보다 거문고와 흡사하다는 점도 어렵지 않게 철현금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였죠.”

그는 철현금이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는 악기라는 점에 주목했다. 철현금의 확장 가능성이다. 자신의 음악적인 깊이와 다채로움을 채워주는 악기이기도 하지만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도 한 몫 한다는 것이 철현금을 바라보는 그의 견해다. 지금은 철현금을 다루는 연주자가 30명이 채 안 되는 새로운 악기지만 시간이 흐른 미래 세대에겐 또 하나의 전통 악기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는 개인 활동과 함께 국악단체 ‘트리거’ 활동을 병행한다. 가야금 이송희, 거문고 최현정, 아쟁 박필구 등 국악 현악기 연주자로 구성된 ‘트리거’는 국악을 공부하는 선후배간 인연으로 시작됐다. 이들 세 악기는 폭넓은 음역대로 현을 활용한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이점에서 2021년부터 뭉치게 됐다.

현악기 고유의 어법으로 국악 창작분야에 다양성과 신선함, 그리고 국악의 예술적인 완성도를 전하는 것이 국악 연주자로서 그가 꿈꾸는 삶이다. 앞으로도 거문고와 철현금, 작곡, 트리거 활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것이다. 그런 그가 “거문고와 철현금의 매력을 비교하며 국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이번 공연에 거는 기대감을 표했다. 원대한 꿈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였다. 마지막으로 특유의 도전 정신이 묻어나는 말도 덧붙였다. “언젠가는 제가 작곡한 곡으로만 독주회를 하는 꿈도 꾸어 봅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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