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 극장 전속 솔리스트 바리톤 최성규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로 국내 데뷔…감동적”
스위스 바젤 극장 전속 솔리스트 바리톤 최성규 “국립오페라단 ‘마술피리’로 국내 데뷔…감동적”
  • 황인옥
  • 승인 2023.09.0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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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음악원 클래스 계기 英 유학
오페라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
2019년 위그모어 홀 성공 데뷔
2020년 바젤 극장과 전속계약
돈 죠반니·세빌리아의 이발사 등
13개 오페라 140회 이상 공연
“첫 유럽 무대 오페라 ‘마술피리’
기본 위에 나만의 캐릭터 창조
유럽 주무대로 국내 활동 계획”
바리톤최성규-세빌리아의이발사
바리톤 최성규가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공연하고 있다.

바리톤 최성규가 스위스 바젤 극장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지난 8월에 국립 오페라단 제작 오페라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역에 캐스팅된 것도, 이제 프로무대 데뷔 2년 남짓한 신예 바리톤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이다. 믿을 수 있는 검증된 바리톤이라는 확신 없이는 해외 유수의 극장이나 국내 최고의 오페라단에 선택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국립 오페라단의 새로운 프로덕션인 오페라 마술피리 순회공연을 펼치기 위해 국내에 머물고 있는 그를 만나 국내 무대 첫 데뷔에 대한 소회를 묻자 “사실상 이번 오페라가 국내 무대 데뷔작”이라며 “국립 오페라단 ‘마술 피리’에 캐스팅되어 국내 무대에 섰다는 것은 감동”이라고 밝혔다. 그는 8월과 9월 초에 경기도 안성과 화성, 경남 밀양 등에서 오페라 ‘마술피리’ 순회공연을 펼쳤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의 성악과의 인연은 대구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시작이었다. 취미로 노래를 배웠던 누나의 영향으로 노래에 호기심을 보였고, 그를 유심히 지켜본 노래 선생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에 동요를 시작했다. 내친김에 초등학교 6학년 때 대구 시립소년소녀합창단에 들어가 단기간 단원으로 활약했다. 이후 변성기가 찾아와 목을 보호하기 위해 노래를 쉬었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성악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성악과에 진학하며 성악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영국 유학파다. 미국, 독일과 이탈리아를 유학지로 택하는 많은 국내 클래식 성악 전공자들과 다른 선택이다. 그도 독일 음대에 입학시험을 접수하고, 8개월여를 독일문화원에서 독어 공부까지 했지만 고심 끝에 영국 왕립음악원을 선택했다. 영국 왕립음악원 학과장의 성악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때 왕립음악원 학과장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그분께서 영국 왕립음악원의 교육과정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석사과정 학비를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하셨어요.” 특히 왕립음악원이 재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환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왕립음악원 성악과에서의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석사 최우수 졸업, 동 대학원 최고 연주자 과정, 오페라과를 전액 장학생으로 졸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재학 시절부터 다양한 무대에 도전했다. 2017년 왕립음악원, 로열 아카데미 오페라와 함께 영국 런던에서 주역 돈 죠반니 역할을 맡아 주목을 받았고, 졸업 이후에는 바로 영국 내셔널 오페라 스튜디오 소속 영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오페라 스튜디오는 오페라 극장의 무대에서 실전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신진 성악가들이 많이 거쳐 가는 곳이다. 그는 2019년에 영국 런던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계 최고 권위의 연주홀인 위그모어 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리고 프랑스 레자주리엘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 러시아 소프라노 오부코바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1위, 영국 파바로티 프라이즈, 조안니나 어워드에서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극장에서의 러브콜은 빨랐다. 2020년에 스위스 바젤 극장 오퍼아베니 소속 영 아티스트를 거친 그는 2년 과정 후 전속 솔리스트가 됐다. 오페라 스튜디오 활동과 그에 대한 평판이 극단 전속 솔리스트 제안을 이끌어낸 원동력이었다. 그가 “영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고 있었던 저를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어떻게 알고 오디션 없이 입단 제안을 해 주셨는지 당시는 좀 놀라서 이유를 물어보았다”며 “그랬더니 저에 대해 영국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는 동안 극장 시스템을 먼저 경험하는 것은 극장측에선 매력으로 다가온다. 극장 단원으로 채용했을 때 극장 시스템에 이미 능숙한 것은 시스템 적용 시간을 줄이는데 강점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성악가의 품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바젤 극장 입단 과정에서 깨달았다. “더 좋은 제안을 활동 중에 받더라도 현재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신의를 지키려고 노력한 결과 주변에서 저를 좋게 본 것 같아요.”

극장 소속 이후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0년부터 스위스 바젤 극장에서 영 아티스트로서는 이례적으로 피가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말라테스타 ‘돈 파스콸레’ 등 다수의 주요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

그는 프로 무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신예 성악가다. 아직은 젊은 만큼 많은 경험을 쌓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계속해서 다양한 국가의 극장들에서 성악가로서의 경력을 쌓고 싶어한다. 물론 이번 공연을 신호탄으로 국내 활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그가 “유럽 극장에서 8월부터 6월까지 활동하고 시즌이 끝나는 7월에는 국내활동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7월 전후에 공연을 해야 할 경우, 소속 극장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바젤 극장 오페라 스튜디오와 솔리스트로 활동한 기간 동안 그가 참여한 오페라 작품 수만 13개, 140회 이상이다. 신예지만 적지 않은 레퍼토리를 보유한 셈이다. 지난 시즌에 고전주의 시대의 오페라 모차르트의 ‘돈 죠반니’ 돈 죠반니 역부터 현대 오페라 노노의 ‘불관용 1960’ 알제리인 역까지, 폭넓은 시대의 오페라를 아우르며 활발히 활동했다. 현재 시즌이 시작된 바젤 극장에서 그는 ‘카르멘’ 에스카미요 역, ‘세빌리아의 이발사’ 피가로 역, 모차르트 레퀴엠 등 주요 작품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마술피리’도 그가 스위스 바젤에서 대변인 역으로 경험했던 오페라였다. “국립 오페라단과 한국 무대에서 마술피리의 파파게노 역을 제안 받았을 때 내심 기뻤어요. 이번 공연이 저의 국내 데뷔 무대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마술피리’는 저에게 첫 유럽 무대의 오페라여서 더 유의미하게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이번 공연에서 좋은 음악 못지않게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한 좋은 연기를 펼치는데도 역점을 기울였다. ‘마술피리’의 극중 인물인 파파게노는 오페라 시작과 함께 자신의 삶을 노래하고 연인를 찾아다니는 캐릭터인데, 최성규는 어린아이와 같이 좀 더 직관적으로 삶을 대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파파게노를 추구했다.

‘마술피리’ 공연을 신호탄으로 유럽과 국내 활동을 병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는 유럽 무대로 보고 있다. 젊은시절 크고 작은 유럽의 극장에서 다양한 오페라 무대에 오르며 입지를 다지는 것이 먼저이고, 국내 활동은 유럽 극장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7월 전후를 생각하고 있다. 그런 그가 꿈꾸는 성악가는 ‘장인’이다. 평생 한 길을 걸어가며 최상의 노력을 기울여 만들어지는 장인 같은 성악가는 그가 희망하는 경지다. 장인의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그가 꼽는 덕목은 “기본기”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기본기에 대한 소신이다.

“뿌리가 튼튼한 기본기에 자신만의 매력을 더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이 페라의 매력입니다. 그런 매력 때문에 즐겁게 작업에 임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저만의 길을 만들어 간다면 언젠가 은은하면서도 깊은 향기가 나는 장인의 경지를 맛보게 되지 않을까요?”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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