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우리 사회는 환대가 필요합니다
[대구복지논단] 우리 사회는 환대가 필요합니다
  • 승인 2023.09.1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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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기 대구광역시장애인복지관협회장
최근 불거진 공교육 내 교권 침해의 문제와 함께 촉발된 학교 내 장애 학생의 통합교육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마주하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진 결과일까? 아니면 ‘나만 잘 살면 돼’ 식의 이기주의 때문일까? 이유가 어떻든 작금의 상황에서는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분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의 복지를 위해 최일선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옹호해 온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약자도 살만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인류학자 김현경의 책(사람, 장소, 환대)에서 ‘환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환대에 의해 사회 안에 들어가며 사람이 된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환대 받음에 의해 우리는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권리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의 역할 중 하나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환대란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사회복지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줄이고 개인과 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노력하였다. 나 또한 40년 가까이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환대’를 생각하며 ‘사람 중심 가치’를 떠올렸다.

‘사람 중심 가치’란 기관 중심, 전문가 중심으로 해오던 우리의 일들을 이용인(당사자)를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더 깊이 있게 고려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각 개인의 고유한 상황과 필요를 고려하고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to important)과 당사자를 위하여 중요한 것(~for important)의 적절한 균형(balance)을 찾는 것에서 출발한다. 여기에는 당사자분들의 실수 할 수 있는 기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는 우리 사회의 각 계층에서 존재하는 불평등과 억압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며 그 중심에 당사자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복지는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존엄과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중시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데 아주 핵심적 요소이며 사회적으로 ‘환대’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 안에 있는 당사자 그분들의 자리를 인정하는 것이며 당사자분들의 자기 가치를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기습 점거하여 시위를 벌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취업 지원 사업’의 동료지원가라는 발달장애인 일자리가 내년도 예산에서 23억 전액 삼각된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전국의 발달장애인 동료지원가 187명의 일자리를 하루 아침에 잃게 된다는 급박함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로 하여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기습 점거하는 투쟁의 자리로 나오게 한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작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그들의 자리를 찾아가는 노력이며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사회복지는 욕구에 기반한 사회복지서비스를 뛰어넘어 권리 기반의 인권적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가 있으며 이는 헌법 제10조~37조에 명시되어 있다. 사회복지는 국가를 대신해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다양성의 인정과 불평등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하루 이틀 노력한다고 이러한 어려움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은 느리겠지만 우리 모두가 누군가의 자리를 내어주고 누군가의 자리를 인정하는 ‘환대’하고 ‘환대’ 받는 그러한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한 발 한 발 내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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