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초청작 ‘거미집’
칸 초청작 ‘거미집’
  • 김민주
  • 승인 2023.09.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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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송강호 5번째 합작품
영화 안에 또 한편의 영화 품어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교차

최장 6일의 황금 연휴가 예정된 추석이 다가왔다. 여름에 이어 추석에도 대작 3편이 동시 개봉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한국 대작 3편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 칸 영화제 초청작 '거미집'(감독 김지운), 최초의 국가대표 실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이 그 주인공이다. 가짜 퇴마사로 돌아오는 강동원, 감독으로 변신한 송강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된 하정우까지 쟁쟁한 배우들의 열연과 맞대결 역시 추석 삼파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어떤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할지 최근 개봉작 3편을 살펴본다.

 

거미집
‘거미집’ 스틸컷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세 번째로 칸의 부름을 받은 거장 김지운 감독과 제7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 송강호는 다섯 번째 합작품 ‘거미집’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춘다.

‘거미집’을 보고 나면 두 편의 영화를 한 번에 본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거미집’은 그 안에 또 한 편의 영화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초 한국의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거미집’이란 제목의 영화를 만드는 이야기다. 김열이 배우, 스태프와 좌충우돌하며 영화를 찍는 이야기가 블랙 코미디라면, 흑백 영상으로 나오는 영화 속 영화는 스릴러의 느낌이다. 두 개의 이야기가 주거니 받거니 교차하면서 영화가 전개된다.

‘싸구려 치정극이나 만든다’는 평론가들의 혹평에 시달리는 김열은 ‘거미집’이란 영화를 다 찍어놓은 어느 날 이 영화에 관한 꿈을 꾼다. 꿈에서 본 대로 영화의 결말 부분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란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딱 이틀이면 된다”며 재촬영을 밀어붙인다.

그런 김열을 이해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작사 ‘신성필림’ 대표 백 회장(장영남)은 ‘걸작’이란 말에 냉소적인 반응부터 보이고, 이민자(임수정), 강호세(오정세), 한유림(정수정) 등 주연 배우들은 다른 작품 촬영 스케줄이 꼬인다며 입이 툭 튀어나온다.

신성필림의 후계자이자 재정 담당인 신미도(전여빈)가 김열을 지지하고 나서지만, 그도 김열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유신정권 시절인 당시 정부의 검열도 걸림돌이다. 공무원들은 제집 드나들 듯 촬영장에 찾아와 이것저것 트집을 잡는다.

고지식해 보이는 검은 뿔테 안경에 트렌치코트를 입은 김열은 영화밖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세트장에 불이 번져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와중에도 그는 카메라로 찍은 장면이 제대로 나왔는지에만 정신이 쏠려 있다.

좌절에 빠진 김열이 세상을 떠난 스승 신 감독의 환영(幻影)과 대화하는 장면은 예술가의 고뇌를 보여주는 듯하다. “내가 재능이 없는 걸까”라는 김열의 물음에 신 감독은 “자신을 믿는 게 재능”이라며 “그걸 믿고 가라”고 격려한다.

김열이 영화를 찍는 세트장, 제작사 사무실, 배우와 스태프의 의상 등은 1970년대의 분위기를 잘 살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김추자의 '나뭇잎이 떨어져서', 장현의 '나는 너를',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등 흘러간 노래들도 당시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한몫한다.

'거미집'은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기립 박수를 받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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