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국제형사재판소에서 하는 일
<대구논단>국제형사재판소에서 하는 일
  • 승인 2011.01.0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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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열 객원 大記者

국제형사재판소 소장으로 한국 사람이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한국의 글로벌 시대를 대표하는 국제인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자칫 국제사법재판소와 혼동될 때가 있다. 국제사법재판소(ICG)는 유엔의 사법기관으로 국가 간의 분쟁만을 취급한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악착같이 주장하는 일본의 본심이 사실은 국가 간의 분쟁으로 옮겨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려는 수작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많다.

국가 간의 분쟁을 다루기 때문에 당사국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소송이 이뤄질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이와 달리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개인의 형사책임을 추궁하도록 되어 있으며 본인의 동의는 필요 없다. 모든 나라에서 시행하는 형사재판과 똑같은 절차를 밟도록 되어 있어 검찰국이 따로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는 집단 살해죄, 인도(人道)에 반한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를 다루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그 중에서 침략범죄는 정의가 분명하지 않다는 이론에 따라 취급하지 않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있지만 2007년 1월29일 콩고에서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공판과 수단의 디아푸르 사건 용의자 2명에 대해서 구속영장이 발부된 재판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은 국제적으로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혐의가 확정되었던 사건이다. 이러한 범죄 용의자를 소추하고 처벌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신변 확보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의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이나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이 기소되었을 때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조롱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 두 사람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수석 검찰관에 의해서 체포되어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했다. 그들이 체포된 것은 당사국의 정치적 변혁으로 새로운 정권이 체포하여 넘겨주거나 본인이 외국에 나갔다가 ICC회원국 공항에 잠시 기착했을 때 회원국의 경찰이 체포영장을 제시하고 구속할 때 가능하다. 국제형사재판소의 목적은 처벌보다는 사전 예방에 더 큰 무게를 싣는다. 권력을 가진 독재자들에게 킬링필드와 같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치범에 대한 테러 등을 자행하지 못하게 하는 엄포의 의미가 크다.

또 그러한 범죄의 대상으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나 가족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신탁기금도 운용하고 있다. 범죄자에 대해서는 30년 이하의 유기 금고형이나 종신형에 처할 수 있는 형벌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사형선고는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사형이 없는 처벌에 반대하고 ICC에 가입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미가입국이다. 전 세계적으로 101개국이 회원국이며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일단 형이 확정된 범죄자는 형기의 3분의 2를 복역한 후에는 재판소에서 감형을 받을 수 있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자는 25년으로 감형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으며 감형에 대한 권한은 오직 국제형사재판소만이 갖는다. 현재 재판관은 18명이며 남 10명, 여 8명이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설립근거인 로마규정은 남녀 비율을 동수로 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남다 여소(男多女小)다.

이 재판소의 소장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독립 운동가이며 동아일보 사장과 한민당 총무를 역임한 고하 송진우선생의 손자인 송상현이 무거운 책임을 맡았다. 그는 2006년부터 재판관으로 일하다가 3년 후 임기9년의 재판소장을 맡아 국위를 떨친다. 송상현소장은 전주에서 풍남초교와 전주북중을 마치고 경기고교를 거쳐 서울법대를 마쳤다. 사법·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후 군법무관 시절 5.16군사쿠데타 정권 아래서 이른바 `항명(抗命)사건’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미국에 유학하여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 법조계를 외면하고 서울법대 교수로 평생을 봉직한다.

그는 현재 한국 시민단체의 고발에 따라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연평도 피격은 군사력으로 민간인을 살상해 전쟁범죄가 성립되며, 천안함 역시 ICC규정 제8조에 휴전 등 전투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전쟁범죄 요건이 된다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 특히 비회원국을 기소하는 문제는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1. 유엔 안보리에서 의결을 통해 요청하는 경우. 2. 비회원국 국민이 스스로 자국인사를 기소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 3. 검사 스스로 판단해 직권으로 조사하는 경우다.

천안함·연평도는 검사의 직권으로 조사가 시작된 것이다. 예비조사에서 사실 확인과 법률검토가 이뤄진다. 그 결과 전쟁범죄로 판단되면 재판부의 수사개시 허가를 받아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중국이 이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지만 회원국도 아니다. 김정일이 기소된다면 큰 압박이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그는 서울에 오기 어렵다. 원칙적으로 한국에서 체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국제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 애쓰듯이 국내범죄도 근절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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