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논단>“연설은 OK, 기자회견은 NO“
<대구논단>“연설은 OK, 기자회견은 NO“
  • 승인 2011.01.1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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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진 스피치 컨설턴트

2011년 신묘년 새해가 밝아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도 어김없이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는 신년 특별연설을 했다.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수석비서관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이 대통령은 TV화면을 보며 200자 원고지 40장 분량의 연설문을 약 26분 동안 읽고 곧바로 퇴장했다.

특별연설의 핵심은 안보와 경제를 두 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 일류국가로 단숨에 도약하자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이 새해 국정방향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연설을 택한 것은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이어 올해로 3년째다.

청와대는 당초 연설이 아닌 기자회견이나 국민과의 대화 형식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무 라인은 이 대통령이 그간 국민과의 스킨십이 부족했던 점을 들어 기자회견을 추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예년처럼 연설 형식으로 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한 것이 아닌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읽은 연설 형식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친다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TV로 중계되는 기자회견은 우리나라에서 박정희 대통령 때 생겼다. 신년 기자회견은 지난 1970년대에 정착됐으며 언론과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했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만은 거의 빠짐없이 했다. 언변이 뛰어난 김대중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은 물론 각종 회견을 은근히 즐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은 올해 신년사도 특별연설로 대신했다.

회견의 경우,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느라 국민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기자들이 대신 물어주는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회견이 더 유용하다. 이에 반해, 연설은 일방향성 커뮤니케이션이어서 소통 효과가 제한적이다. 물론,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회견의 경우 짐작하겠지만 대개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불리하거나 답변하기 곤란한 내용들이다. 그러다보니 취임 첫 해 이른바 쇠고기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 나섰으나 일방적 연설로 그쳤다.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도 질문을 받지 않는 연설로만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트위터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해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에 힘쓴다고 역설한다. 청와대는 지난 해 여름 트위터에 계정을 만든 뒤, 그동안 실시간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난해 12월 31일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45분간 누리꾼들과 대화를 나누며 신년 인사를 남겼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국민 접촉이 `올드 미디어’식 기자회견을 대체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소셜 미디어에는 답변이 보장된 질문의 기회가 없다. 사실상 일방적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우리 국민들은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한국전쟁 이후 지난 60년간 유지됐던 남북 평화에 심각한 도전을 받았다. 그리고 예기치 못한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AI)확산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되면서 많은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기에 많은 국민들은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한 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는 한마디 위로를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다르게 생산된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우리 사회에서 대통령에게 질문할 수 있는 유일한 모임이자 민주주의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그 질문은 기자들의 질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질문이다. 국민들의 질문에 자신의 진심을 직접 표현해보는 기회를 적절하게 가져봄으로써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이 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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