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달구벌아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 승인 2023.10.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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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 소장
아무것도 하고 싶지도 않고,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날이 있다. 무기력과 우울감이 나를 짓눌러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그런 날이 있다. 누구도 원하지 않는 그런 날은 나에게도 찾아오고, 여러분에게도 찾아온다. 우리 모두 이미 그런 날을 몇 차례 지나왔고, 앞으로도 맞을 것이고, 지금 누군가는 그 한가운데 서 있을지도 모른다.
1년 365일 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2일 있다고 한다. 이날은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만 있는 날도 아니고,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에게도, 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으로 경험하는 날이다. 도대체 어떤 날이길래 모든 사람이 이날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일까? 정말 그런 날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또한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이날에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바보가 된 것처럼,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고, 돈 많은 부자도 이날에 대해서는 어떠한 간섭을 할 수가 없다. 이쯤 되니 무척 궁금해지실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뜸 들이지 않고 공개하도록 하겠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 그날은 바로 '어제'와 '내일'이라는 날이다.
이 두 날은 우리를 무능력한 바보로 만든다. 이날은 우리 힘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날이 분명하다. 과거는 지나가 버려서 어떻게 할 수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서 또한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날을 어떻게 해 보려 한다. 그래서 지나간 날을 붙잡고 후회하고, 그리고 오지 않은 미래의 일들로 걱정한다. 둘 다 무의미한 짓이다.
먼저 과거는 그야말로 과거(過去), 지나간 날이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기회이고, 내 앞을 지나쳐간 버스다. 아무리 돌이켜 보려 해도, 우리는 과거라는 영역에 우리의 힘을 펼칠 수는 없다. 그냥 기억으로 남아 있을 뿐이고, 먼발치에서 회상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만약 누군가가 과거를 통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어떠한 걱정도 없이 세상을 살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전으로 시간을 돌려 로또 한 장을 사서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떠나간 사람을 다시 붙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람들에게는 마치 신과 비등한 존재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는 신이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 1초 전의 일도 우리는 바꿀 수 없는, 그냥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과거를 통해 우리가 제일 크게 느끼는 감정이 후회다. '그러지 말걸' '그렇게 할걸'등의 후회를 한 아름 안고 산다. 이렇듯 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다.
그리고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또 다른 날은 미래다. 미래(未來)는 말 그대로 아직 오지 않은 날이다. 그래서 이 역시 우리가 어떻게 통제할 수 없다. 미리 염려하고 준비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대로 일어나는 법은 잘 없다. 올림픽 경기를 예로 들 수 있겠다.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올림픽 경기를 위해 선수는 피나는 노력을 한다. 준비도 완벽했고,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서 수 없는 반복과정을 통해 훈련을 했다. 이제 계획대로만 진행하면 된다. 하지만 계획대로 그게 잘되지 않는다. 늘 예기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것이 미래다. 미래 역시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날은 없는가? 아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날도 있다. 그날은 바로 오늘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에 온 마음과 정신을 가져와야 한다. 오늘에 최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과거는 어떻게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오늘을 바꾸면 우리의 과거도 바뀌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오늘을 바꾸면 우리의 미래도 바뀔 확률이 높아진다. 오늘 웃지 못하며, 내일 웃겠다는 것과, 오늘 웃으며 내일 웃겠다는 것, 어느 것이 더 확률적으로 높겠는가? 말하지 않아도 후자라는 걸 알 것이다. 최소한 오늘 그렇게 해야지만 내일도 오늘과 비슷하게 할 확률이 높다. 오늘 열심히 산 사람은 오늘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보다 내일을 열심히 살 확률이 더 높다. 오늘 나의 행동으로 다가올 미래의 불안도 줄어들 수 있게 된다.
세상 모든 괴로움은 지난 과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있다고 한다. 이 순간 내 앞에 따뜻한 밥 한 그릇 있고, 아름다운 노래가 있고, 피곤한 몸을 뉠 수 있는 침대가 있다면 나는 그것으로도 행복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지 않기로 하자. 지금을 사랑하자. "carpe diem"(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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