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김미숙 작가의 '생각하기'
[대구갤러리] 김미숙 작가의 '생각하기'
  • 승인 2023.10.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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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2
행복을 찾아서

나는 순간적인 감정을 캔버스에 저장하여 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삶은 대개 유사하다. 모두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어간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상황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에는 저마다 그럴듯한 장래희망을 이야기하지만, 노년에는 다 부질없었다고 말한다. 나는 삶의 연속성과 그 유사성을 하나의 화폭에 표현하고자 한다. 한편 모든 인간은 각각 서로 전혀 다르다. 인종이 다르고 부모가 다르다. 생김새가 다르고 기질이 다르다. 인지능력이나 정서적 차이도 분명하다. 그래서 동일한 환경이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나타내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절대적 갈망의 대상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전혀 무관심의 대상일 뿐이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찰과상 정도의 상처만 남길 충격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상을 남길 수도 있는 것이다.
삶의 유사성조차 그 시기는 제각각이다. 이 집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신성한 순간에, 저 집에서는 사랑하는 어머니나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슬픔을 맞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상대적이고 대칭적으로 보일 때가 많다. 나는 삶의 다양성과 시기의 불일치로부터 비롯되는 대칭적 모습도 생각해 본다. 집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다. 집은 비바람과 추위를 막아주고 안전함을 제공한다. 집은 삶의 베이스 캠프이다. 흔히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하는 것들 학교생활, 사회생활 등은 모두 집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따라서 삶이 안정적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확보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집이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을 함께 하는 가족은 그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될 때가 많다. 그들의 사랑과 위로와 격려는 무한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때로는 가족의 무지나 갈등으로 인해 아픔을 주기도 하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나는 집을 통해서 삶을 그리고 싶다. 집은 삶 그 자체는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이고 다소 집단적이기도 하다. 우리가 달팽이처럼 집을 몸에 지니고 다니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는 달팽이와 다를 바 없다. 집에 의지하여 삶을 살아간다. 삶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을 통해 삶을 표현하는 것은 오히려 삶의 한 단면만을 표현하기가 쉽다. 아니면 중세의 그림처럼 큰 그림의 여기저기를 분할하여 삶의 시간적인 차이나 감정적인 차이를 표현하여야 한다. 삶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 번에 표현하기에는, 삶의 유사성과 다양성 그리고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한 화폭에 표현하기에는 삶 그 자체보다 집이 더 용이하다. 그래서 집을 통해서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좌절과 슬픔 속에도 아주 작은 희망이 있기도 하고, 큰 기쁨 가운데 뭔가 모를 약간의 불안이 있기도 하다. 이것이 더 솔직하고 정확한 우리 삶의 상태이다. 이러한 삶의 모든 것들 순식간에 지나쳐버리는 많은 이야기들을 집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김미숙 작가

※ 김미숙 작가는 NC신구로점 초대전, 1997파리 초대전 등 7회의 개인전과 2021·2022 BAMA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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