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조선 선비, 대자연 속 섭리 터득 위해 관어대 세워
[금호강 르네상스 시원을 찾아서] 조선 선비, 대자연 속 섭리 터득 위해 관어대 세워
  • 김종현
  • 승인 2023.10.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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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금호 섶 산기슭엔 동네가 줄줄이 열리고
영덕·의성·예천 등에 아직 현존
목은 이색의 ‘관어대소부’ 유명
벼랑 아래 물고기 하나둘 세어
움직이면 태산이 무너지는 듯
고요하면 거울을 닦아 놓은 듯
즐거움 즐기다 자연으로 돌아가
금호강물고기
관어즉격물치지, 물고기를 보고 대학의 격물치지를 깨닫는다는 뜻.

◇물고기가 뛰어노는 모습에 그만 넋을 놓았다네(觀魚之樂)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관어대(觀魚臺)가 여러 곳에 있었다. 경상북도에 현존하는 관어대만 해도 영덕(영해 괴시2리) 상대산 관어대, 의성 안계면 교촌리 관어대 및 예천 보문면 간방리 관어대가 있다. 이외에도 기억나는 곳으로는 강원도 정선 관어대, 대구 북구 사수동의 관어대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관어대로는 영덕 혹은 영해 상대산(上臺山) 관어대라고 한다.

왜냐? 여말삼은(麗末三隱) 가운데 한 분이신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이 쓰신 ‘관어대소부(觀魚臺小賦)’는 멀리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서거정(徐居正, 1420~1488) 선생은 이곳을 찾아서 관어대부(觀魚臺賦)를 작성해 보는 걸 평생 숙원으로 간직했다가 현장에 당도하여 일필휘지로 ‘후관어대부(後觀魚臺賦)’를 지었다. 또한,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선생도 이곳에서 ‘관어대부’를 남겼다. 이곳은 조선 초기 성황당산(城隍堂山)이었으나 최근 상대산(上臺山, 186.3m)으로, 그리고 정상 183m에 관어대가 설치되었다.

목은 선생 관어대소부 내용은 “벼랑 아래에 노는 물고기를 하나둘 셀 수 있어 보이기에 관어대라고 이름을 지었다(石崖下游魚可數, 故以名之). 그곳은 움직이면 태산이 무너지는 듯하다. 고요하면 거울을 닦아 놓은 듯하다. 풍백(風伯)이 풀무질을 하는 곳이요. 해신이 거처하는 집이다. 이것을 관어대 위에서 굽어보면 위에는 하늘, 밑에는 물이다. 대 밑에는 물결이 잔잔하고 뭇 고기들이 모인다.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 내 몸도 잊고 즐거움을 즐기며, 그 즐거움을 즐기다가 편안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나니, 외물(外物)과 내가 한마음이다.”

서거정은 이색의 ‘관어대소부’를 읽고 난 뒤에 영해(寧海) 관어대를 죽기 전에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내 현장을 찾아서 ‘후관어대부(後觀魚臺賦)’를 적었으니, “관어대는 붉은 햇살(丹陽) 아래 해안에 있고, 형세가 매우 우뚝한지라. 하늘과 거리는 한 줌이고, 굽은 모양이라 땅이 보이지 않네. 하늘하고 땅만 서로 맞닿아있다. 위아래가 온통 같은 푸른색이네. 아득히 그 몇천만 리인 줄도 알 수가 없는지라. 도무지 끝을 볼 수 있겠는가? 내가 아득하게 선경(仙境)을 넘어, 천지의 원기를 넘어서니 호탕하게 휘파람을 불었다네. 무지개를 한입 뿜어내면서 동해가 술잔처럼 보이는데. 천하가 이미 눈 안에 들어올 만큼 작아져 버렸다네” 라고 시작했다.

이어 “오직 이런 도(道)는 만고이래 한결같은 것이라. 아, 나는 하찮은 존재로 도를 들음은 늦었지만, 그러나 이미 고인의 즐거움을 즐거워했으니, 의당 고인과 한가지로 돌아가리라 하였네. 정자(鄭子)는 수염이 연미(燕尾)처럼 나눠진 채, 매우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면서,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라서, 큰 술잔을 나에게 권하는지라, 서로 술잔을 잡고 조용히 노닐면서, 동방에 달이 떠오르는 걸 기다리노라(洗盞更酌, 浮我以白, 相與援北斗而夷猶兮. 待東方之月出)”로 끝을 맺었다.

오늘날 영덕 상대산 관어대 안내문에 점필재 김종직(金宗直)도 영해 관어대를 보고 ‘관어대부(觀魚臺賦)’를 적어 후학에게 남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마치 진기한 음식에 배가 부른 듯하구나. 마음(肝膽)은 초월(楚越)처럼 서로 그다지도 멀지 않으니. 명성(明誠)하는 군자로 함께 돌아가기를 원하노라”라고 선비의 격물치지(格物致知)의 한 방편으로 지어지락(知魚之樂)을 전달했다.

몇 구절을 더 살펴보면 “두려워라! 장년들이 하는 일들과 노후계획이 세월과 함께 헛되이 지나감이라... 소금을 굽는 연기가 멀리 일어나고, 신기루(海市)도 쓸어버린 듯이 없어진다. 광경이 갑자기 달라지도다. 길게 휘파람 불며 내려다보니. 뭇 고기들이 발랄하게도 즐거워하누나. 야~고기들 끼리끼리 장난치고 헤엄침이여... 만물이 모두 편안한 것을 느끼도다. 솔개 나는 것과 아울러 비유를 취했으니. 그 누가 지극한 이치에 의혹하리오. 이는 태극의 진리가 앞에 나타남이니(感物類之咸寧. 竝鳶飛以取譬兮. 孰聽瑩於至理. 斯太極之參于前兮)…”

◇관어대는 선인들의 격물치지하는 득도의 도량

중국에선 관어대(觀魚臺)라는 용어가 별도로 없다. 단지 ‘대명일통지(大明一統志)’에서 “관어대는 어대현(鄂大縣) 북쪽 15리에 있는데 노나라 은공(魯隱公)이 그곳에서 고기를 잡았고, 북쪽에 무당정(武唐亭)이 있는데, 진나라 무장 두예(杜預, 223~284)가 말하기를 은공(隱公)이 융(戎)과 회맹(會盟)을 했던 곳”이라고 적고 있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은공 5년 봄에 공은 도읍(서울)을 떠나 멀리 상(裳)까지 나아가 낚시질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중국 명소 관어대는 신장 부르친 관광지역(Kanas Scenic Spot in Burqin, Xinjiang)에 1987년에 건립했다. 1인대 120위원(元)을 내고서야 입장할 정도로 유명한 지역이다. 형이상학적인 물고기를 낚는다는 의미로는 북경조어대(北京釣魚臺)가 있는데 이는 금나라 때 국왕의 행궁(行宮)이였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귀족들은 관어오락(觀魚娛樂)을 대단히 즐겼다. 예종은 대동강에 관어선유를 했고, 우왕은 비와 우박이 내리는 날에도 중방지(重房池)에 관어선유(觀魚船遊)를 나갔다가 아예 옷을 홀라당 벗고 물고기를 껴안았다고 고려사에 기록하고 있다.

조선 선비는 대자연 속에서 섭리를 터득하는 강학당으로 관어대를 세웠다. 대표적으로 경상북도 예천군 은사(隱士)의 한 분이 있다. 수락대(水落臺)를 세워 소요유지락(逍遙遊至樂)을 즐겼던 사물재(四勿齋) 송상천(宋相天,1766~1804)이다. 경북도 예천군 보문면 간방리에서 사물재 선생은 관어대를 보며 ‘수락재구곡(水落臺九曲)’을 창작하였으며, 제1곡으로 관어대를 노래했다. 어색한 번역일지는 모르나 “첫 번째 노래는 관어대(觀魚臺)라. 배에 닻을 내리지도 못할 듯하더니. 어느 때나 뱃전을 두드리면서 긴 거랑(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리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물고기를 보는지도 알지 못하네. 물고기가 날 저무는 안개 속에서 뛰놀게 내어다 놓고 마네”라고 읊었다.

사실, 공자도 군자가 중시하는 중용(中庸)의 진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경에서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연못에서 뛰어논다는 말은 위아래를 잘 살피라는 뜻이다(鳶飛戾天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아무리군자의 도라고 해도 마누라에게 끝장나는 것이고(夫婦之愚), 지극함에 이르러서는 밑바닥까지 다 드러나게 되는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서 군자의 격물치지(君子之格物致知)고 개떡이고 잘 살피는 ‘관(觀)’에 좌우됨을 설파했다. 여기서 관어(觀魚)만이 아니라, 관음(觀音, 知音知人), 관풍(觀風角), 관수(觀山水), 관기(觀天機地象), 관상(觀天象列次), 관조(觀照), 관반산(觀飯床) 등에도 같은 살핌이 필요함을 배우게 했다. 관(觀)은 상하좌우는 물론이고, 뒤집어 보며, 뒷면(배후조종)까지도 살피라는 형이상학적 관찰을 의미한다. 오늘날 용어로는 슈퍼비전(super vision), 배후읽기(black reading) 혹은 형이상학적 독파(meta reading)에 해당한다.
 

 
글·그림= 이대영<코리아미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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