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신사협정 시험대다
[사설] 윤 대통령 시정연설, 여야 신사협정 시험대다
  • 승인 2023.10.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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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대표가 대통령 시정연설이나 여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때 손피켓을 들거나 고성과 막말을 않기로 신사협정을 맺은 것은 지난주 24일의 일이다. 그간 여야의 비방전은 국회 품격을 떨어트리고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후진적 정치의 상징이었다. 지금이라도 이를 개선하겠다고 나선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형식만이 아니라 내용까지 한 단계 격상된 선진 국회 모습을 보일 날이 오늘이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예산안과 관련해 국회 시정연설을 하게 된다. 신사협정의 시험대다. 여야 대치 정국에서 그나마 대화의 숨통을 틔우게 될지 기대된다. 막말과 고성은 국회 품격 면에서도 퇴출돼야 마땅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아예 야당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고 여당 속으로 지나가며 여당 의원들과 악수 세례를 벌였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앞서 이번 합의가 나온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25일 윤 대통령의 첫 번째 국회 시정연설에선 민주당은 당시 중앙당사 압수수색 등을 이유로 헌정사상 최초로 이를 보이콧하고 의석을 비웠다. 그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들과는 텅 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석 사이로 걸어 나갔다. 대통령이 시정연설 뒤 여당이 아닌 야당사이로 걸어 나간 것은 상전벽해의 파격이었다.

이번 합의는 내년 총선에 앞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정쟁 자제’ 차원으로 풀이된다. 최근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의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대 당을 향해 고성·야유를 되풀이하면서 연설이 중단됐고,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 의원들의 피케팅에 항의하면서 파행을 빚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정쟁을 유발하는 현수막 제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과연 올해는 달라질 수 있을까. ‘여야간 비방-정쟁 자제 신사협정’을 맺은 사실을 알고 있는 내외신 기자들이 오늘 국회의 모습을 전세계로 전송할 것이다. 한국이 진정 민주화됐는지, 국회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당화 틀을 벗고 진정한 거대 여당으로 거듭 날 것인지 지켜 보게 된다. 오늘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바닥까지 추락한 국회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시작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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