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구벌아침] 시소 타기
[달구벌아침] 시소 타기
  • 승인 2023.11.0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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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심리연구소장
인생은 '시소 타기'와 같아서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반복이다. 내려가는 것은 그저 내려가는 것 만으로써의 의미가 아니라 올라가기 위한 전(前) 단계로써의 의미를 가진다. 이유 없는 아픔이 없듯, 내려간다는 것은 곧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라는 하나의 증표가 된다. 높은 곳에서 좀 더 멀리 보고 싶다면, 낮은 곳에서 가까운 곳을 충분히 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계 곳곳이 전쟁으로 파괴되어 가고 있다. 사람의 생명이 파괴되고, 긴 시간 이어져 온 역사가 전쟁으로 처참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전쟁을 하는 것일까? 내게는 아주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이유를 본인은 모두 욕심 탓이라 생각한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이 가지려 하는 것이고, 대가를 치르지 않고 거저 가지려는 '도둑놈 심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쟁 초기에는 어느 한 나라가 우세한 것처럼 보인다. 대체로 침공을 먼저 한 나라가 처음에는 유리해 보인다. 침공한 나라는 침공받은 나라의 사람들이 받을 고통보다는 자신들이 뺏어 올 것들(땅, 자원 등)에만 마음이 가 있다. 전쟁 초기에는 다른 나라의 것을 뺏어온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황은 역전된다.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마치 시소를 타는 것처럼 유리하고, 불리하고의 순간이 반복된다.
삶이라는 것이 계속 나락(奈落)으로만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위로 비상(飛上)하는 것만도 아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올라갈 때는 하늘이 닿을 듯 올라가고, 내려갈 때는 '지옥이 여기구나' 할 정도로 미친 듯 아래로 곤두박질친다. 인생은 시소 타듯 올라가고 내려가고의 연속이다. 세상 사물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말은 더 명확해진다. 자전거를 타면서 페달을 자세히 살펴보면 멈춰 있지 않고, 하나가 위로 가면 다른 하나는 아래로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더 앞으로 나아갈 때는 조금 전까지 아래에 있던 페달이 이제는 위로 올라가고, 위에 있던 다른 페달이 아래로 내려간다. 그렇게 자전거는 앞을 향해 나아간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 오르고 내려가고의 연속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조금만 내려가면 가장 못난 사람처럼 한없이 비굴해지고, 반대로 조금만 올라가면 세상 다 가진 사람처럼 우쭐해지고 교만해진다. 참으로 어리석고 가벼운 존재임을 고백한다. 지금은 남들보다 나의 배가 더 고프겠지만 어느 순간 내가 풍요로울 때도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옷을 몇 겹씩 껴입고도, 몸을 움츠리는 겨울이 있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도 더워 못 살겠다는 여름도 있다. 늘 밀려오는 것만도 아니고, 늘 쓸려나가는 것만도 아닌 것이 인생이다. 밀고 오는 밀물과 밀려 나가는 썰물이 서로 한바탕 춤을 추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지혜롭게 사는 것일까? 사람마다 다양한 방법을 얘기하겠지만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이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묵묵히 침묵하며 기다리는 삶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잘 기다리지 못하고 조급해한다. 조금만 더디게 오면 조바심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한다. 때가 되면 오를 것이고, 때가 되면 내려갈 것인데 우리는 그걸 기다리지 못한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대한 감사가 없기 때문이다. 손에 무엇을 가지고도 그것을 온전히 누리며 감사한 마음을 가지기보다는 혹시나 뺏기지 않을까, 잃어버리지는 않을까 염려하기 바쁘기 때문이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서 불안해하느라 가진 것에 관심을 두지 못한 탓이다.
가진 것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어야 하겠다. 사실, 가진 것이 별로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단지 깨닫지 못할 뿐이지,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가지고도 '없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가진 것 없는데 '많은 것을 가졌다'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 당장은 가진 것이 없더라도 앞으로 올 것에 대해서 미리 감사하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다. 내 손에 지금 없다고 이웃의 것을 뺏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뺐으면 어느 순간 나 역시 뺏기는 날이 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 내 눈에도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생살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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