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도 없는 밤
하얀 면사포 쓰고
꽃잎 말아 올리듯 순한 속눈썹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
수화기 너머로
울음이 되어 밀려왔다
가지 끝에서 홀로 오랫동안 흔들리다
바람결에 저를 놓아버리고 싶다는
몽골의 초원 그 어디에서 시집온 그녀
꿈마다 고향을 헤매는지 잠꼬대가
가늘게 이어지는 봄밤
여린 불빛 가로등 옆에서
목련이 진다
솜털 보송한 꽃눈이 진다
◇강덕심= ‘시사 문단’ 신인상 수상.
<해설> “여린 불빛 가로등 옆에서 / 목련이 진다” 는 정황 하나가 이 시의 중심 이미지로 읽힌다. 그런 다음 목련과 대비 대조를 이루는 밤의 배경이 목련을 더욱 환하게 조명하는데 면사포 속 순한 속눈썹을 가진 여자, 몽골 초원 어디에서 시집온 한 여자의 서러운 정서가 시를 읽는 독자의 심중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시인에게 밤은 “꿈마다 고향을 헤매는지 잠꼬대가 가늘게 이어지는” 그런 봄밤인 것이다. 그 여자는 목련을 닮았고 목련은 그녀를 닮았다. 인류의 역사보다 오랜 목련 나무의 기원으로 보아, 그녀는 이왕 시집온 이 땅에서 솜털 보송한 꽃눈이 질 무렵이면 자식 낳고, 뿌리내리고 끝끝내 잘 살아갈 것이다. 시인이 곁에서 친근한 이웃으로 잘 보듬어만 준다면.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