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를 찾아서] 목련, 그 여자
[좋은 시를 찾아서] 목련, 그 여자
  • 승인 2023.11.02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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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심 프로필 사진
강덕심 시인

달빛도 없는 밤

하얀 면사포 쓰고

꽃잎 말아 올리듯 순한 속눈썹

꽃망울이 터지는 소리

수화기 너머로

울음이 되어 밀려왔다

가지 끝에서 홀로 오랫동안 흔들리다

바람결에 저를 놓아버리고 싶다는

몽골의 초원 그 어디에서 시집온 그녀

꿈마다 고향을 헤매는지 잠꼬대가

가늘게 이어지는 봄밤

여린 불빛 가로등 옆에서

목련이 진다

솜털 보송한 꽃눈이 진다

◇강덕심= ‘시사 문단’ 신인상 수상.

<해설> “여린 불빛 가로등 옆에서 / 목련이 진다” 는 정황 하나가 이 시의 중심 이미지로 읽힌다. 그런 다음 목련과 대비 대조를 이루는 밤의 배경이 목련을 더욱 환하게 조명하는데 면사포 속 순한 속눈썹을 가진 여자, 몽골 초원 어디에서 시집온 한 여자의 서러운 정서가 시를 읽는 독자의 심중을 흔들어 놓는다. 그래서 시인에게 밤은 “꿈마다 고향을 헤매는지 잠꼬대가 가늘게 이어지는” 그런 봄밤인 것이다. 그 여자는 목련을 닮았고 목련은 그녀를 닮았다. 인류의 역사보다 오랜 목련 나무의 기원으로 보아, 그녀는 이왕 시집온 이 땅에서 솜털 보송한 꽃눈이 질 무렵이면 자식 낳고, 뿌리내리고 끝끝내 잘 살아갈 것이다. 시인이 곁에서 친근한 이웃으로 잘 보듬어만 준다면. -박윤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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