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결수 개인전, “예술가의 노동은 인간에게 풍요를 준다”
김결수 개인전, “예술가의 노동은 인간에게 풍요를 준다”
  • 황인옥
  • 승인 2023.11.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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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한 갤러리
노동 효과성 주제 설치·회화 전시
큐브 속 볍씨 발아 등 퍼포먼스도
김결수 작,
김결수 작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가였던 볼테르(1694~1778)는 “노동은 세 개의 악, 즉 ‘지루함과 부도덕, 가난을 제거한다”고 했다. 그는 비록 노동이 고되고 힘들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라고 인식했다. 작가 김결수 작업에 깔린 개념적인 기반은 노동의 효과다. 그가 바라보는 노동의 효과는 자신과 가족, 나아가 공동체의 이익과 결부된다.

최근 개막한 아트한 갤러리 김결수 개인전엔 ‘노동의 효과성’을 주제로 한 설치, 영상,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노동의 결과가 모두 선(善)이라는 보장은 없다. 누군가의 노동은 공동체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로 연결되는 경우가 없진 않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는 노동은 언제나 선이다.

거대한 대형 사각 큐브에 볍씨 등의 씨앗을 뿌리고 발아하는 과정을 퍼포먼스처럼 보여주거나 누군가의 치열한 노동으로 점철되다 효용가치를 다해 버려진 재봉틀이나 철제궤짝 등의 설치작품이나, 도구로 보푸라기 같은 입체감을 획득한 한지표면에 집들을 그린 회화작품 등은 예외 없이 노동의 효과로 발생하는 가족 부양과 자기 성장 등의 중의적인 개념과 결부된다.

“저의 노동은 자식을 키우고 작가로서의 자아를 실현시켜주는 도구로 다가옵니다. 볼테르의 말처럼 노동은 도덕적이고 풍요롭게 하는 인간의 숭고한 행위인 것이죠. 작가로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인간의 숙명이자 의무인 노동의 효과성을 진지하게 탐구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인 것 같아요.”

‘노동의 효과’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위치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됐다. 사회의 일부 세력이 예술가의 행위를 무용한 노동으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고, 그것에 항거하고 싶었다.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의미”라는 강변을 작업으로 녹여내려 했던 것.

노동의 효과성은 시간성이라는 또 하나의 개념을 양산한다. 모든 노동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그것은 곧 과거와 현재의 혼재, 시간의 중첩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간성은 두 번의 진화를 거듭했다. 작업 초기에는 타인의 노동과 자신의 노동을 겹치는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를 직조했다. “작업은 누군가의 치열한 노동이 반복적으로 가해졌다 버려진 노동의 도구들을 수집하고, 자신의 예술적인 노동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최근 2~3년 사이에는 타인의 노동은 배제하고 그의 예술적인 행위로만 작업을 진행한다. 그는 최근에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라고 하는 자신의 문제, 즉 ‘나는 누구인가?’라는 실존의 문제에 봉착해있다. 이는 진리와 진실, 감각 등 보다 복잡한 차원으로 전개됨을 의미한다. 공동체로부터 출발해 작가 자신으로 확장된 대상은 볍씨 작업을 통해 우주 생성의 원리인 ‘순환’의 개념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인간의 차원에서 종교와 철학적 차원에서 바라볼 때 노동은 더 심오하고 숭고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가 노동에 대한 정의 내리기에 이처럼 진심인 이유는 예술가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함이었다.

그에게는 세상이 더 많이 규명될수록 인간에겐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은 인지상정이고, 예술가야말로 그런 일의 선봉에 서는 사람들이라는 믿음이 있다. “감각적으로 간과하는 행간읽기와 이면 읽기는 예술가의 예민한 촉에 의해 진행돼야 하고, 그것은 곧 인류의 풍요로 연결됩니다. 그런 예술적 노동은 마땅히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게 되죠.” 전시는 26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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