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숙 작가 갤러리 코파 개인전, 보이지 않지만 세상 감싸는 ‘희망의 빛’ 담아
조정숙 작가 갤러리 코파 개인전, 보이지 않지만 세상 감싸는 ‘희망의 빛’ 담아
  • 황인옥
  • 승인 2023.11.1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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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조각 등 25개 작품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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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숙 작 ‘빛, 사색하다’

물감을 잔뜩 머금은 붓이 한 바탕 회오리를 치자 화면이 기운생동한다. 뒤 이어 작은 붓 터치의 자박거림들이 사랑스러운 흔적들을 남긴다. 언뜻 봐도 캔버스에 그린 추상회화처럼 보이지만 도드라진 물성의 거친 입체감은 여느 평면회화는 아님을 직감한다. 도예가 조정숙 작가의 도예 부조 작품 ‘빛, 사색(思索)하다’인데, 갤러리 코파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 걸렸다.

일크미술협회 릴레이전의 두 번째 전시로, 형상이나 무늬가 도드라지는 부조 작품 ‘빛, 품다’ 연작과 조각의 형태를 띤 입체 작품인 ‘빛, 사색(思索)하다’ 연작 등 25점이 소개되고 있다.

조정숙하면 도예기법으로 성모상을 형상화한 작품 ‘빛, 품다’ 연작을 먼저 떠올린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형상을 흙으로 형상을 조각하고 가마에서 구운 도자 작품으로 제작했다. 도자하면 달항아리나 기물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그도 초기에는 전통 도자 작업에 매진했다. 성모상은 예술성이나 실용성 이면에 존재하는 개념에 집중하며 시작했다. 도자기에 ‘희망’의 기운을 불어 넣을 수 없을까를 고민하다 아기 예수를 품은 성모상을 제작하게 됐다. 성모상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작품에 담아내려 했다. “성모 마리아상 가슴 부분을 갈랐어요. 희망의 빛이 들고나는 통로죠.”

작품 ‘빛, 사색하다’는 희망은 곧 빛이라는 해석에 따라 탄생했다. ‘빛, 품다’ 연작에서 성모상을 통해 성모 마리아의 만인에 대한 사랑을 희망의 빛으로 상징화했다면, ‘빛, 사색하다’ 연작에선 구체적인 형상보다 빛에 더 집중했다. 보이진 않지만 세상을 감싸고 있는 희망의 빛을 흙과 유리라는 물성으로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가마에서 구운 도판에 색을 입힌 유리로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현한 후 가마에서 다시 구워 완성한다. 유리는 가마에서 구워져야 발색되는데, 이는 초월적인 빛에 대한 오마주다.

“‘빛, 사색하다’는 성모 마리아의 사랑이 초월적인 사랑으로 확대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본질적으로 들어간 것이죠.”

작품 ‘빛, 품다’와 ‘빛, 사색(思索)하다’는 입체와 부조라는 서로 다른 형식을 띠지만 내재된 의미는 ‘빛’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돼 있다.

성모 마리아의 만인에 대한 사랑이 결국 희망이라는 포괄적인 가치로 수렴되는 것. “모자상은 구체적인 형상을 하고 있어 우리가 쉽게 인식할 수 있고, 추상적인 부조는 추상적이기 때문에 더 깊은 감각적으로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빛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두 형상 사이에 흐르는 정서는 같습니다.” 전시는 21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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