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우 칼럼] 국민의힘 혁신 물건너가나
[윤덕우 칼럼] 국민의힘 혁신 물건너가나
  • 승인 2023.11.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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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우 주필 겸 편집국장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한지 한달을 훌쩍 지났다. 당헌·당규상 활동기한은 12월24일까지다. 임명 초 인요한 위원장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빌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혁신은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10월 30일 내놓은 1호 안건은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징계취소안이다. 이 안은 이준석, 홍준표, 김재원, 김철근 등 당내 징계를 받은 인사들을 사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월 3일 발표한 2호 안건은 공천 관련 5대 혁신안이다. 내용은 △원내지도부, 중진, 친윤 인사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거나 수도권(험지)에 출마할 것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원칙 관철 △현역 국회의원 등 선출직 평가 후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이다. 11월 9일 선보인 3호 안건은 청년 및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한 진입장벽 완화 혁신안이다. △비례대표 당선가능권 순번에 청년 50% 할당 의무화 △당선 우세 지역에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전 정부기구 및 지자체 모든 위원회에 청년위원 일정비율 할당 의무화 등이 주요내용이다.

11월17일에는 ‘상향식 공천을 통한 공정한 경쟁’과 ‘엄격한 컷오프’를 4호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도 예외 없이 상향식 공천하고, 내년 총선 모든 지역구에서 전략공천을 원칙적으로 배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4호 혁신안’을 내놨다. ‘엄격한 컷오프’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 당의 명예를 실추한 자, 금고 이상 전과자는 전부 공천 배제”라고 밝혔다. 23일에는 5호 안건으로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와 △24개 장관급 정부 부처에 과학기술정책 자문관 제도 도입 △대통령실 과학기술 수석보좌관 신설 등을 내놓았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은 최고위원회(이하 최고위)의결을 거쳐 채택된다. 최고위는 1~5호 안건 중 별로 의미없는 1호만 의결한 상태다.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징계취소안이었지만 당사자들의 반발로 당내 통합과 화합은 커녕 부작용만 생겼다. 오히려 이준석 전 대표는 연일 신당 창당설만 띄우고 있다. 특히 2호 안건 중 핵심인 지도부와 중진이 불출마하거나 험지에 출마하도록 권고한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의 노골적인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혁신위는 2호 안건에 제시됐던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혹은 험지출마에 대해 이번 주 회의에서 공식 의결해 최고위에 송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최고위는 당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거취는 최고위의 의결사항이 아니다’는게 지도부의 입장이다. 당 지도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한 셈이다. 당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나 혁신위원들만의 생각이 아니다. 집권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망이다. 나머지 혁신안도 공천 관련 사안이라며 다음 달 발족될 공천관리위원회에 넘겼다. 비(非)정치인 출신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박소연·임장미·이젬마 위원은 지난 24일 언론인터뷰에서 “혁신은 안건을 내는 것을 넘어 수용까지 갔을 때 제대로 성공하는 것인데, 우리 안건은 계속 쌓이고 수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박 위원은 서울아산병원 소아치과 임상조교수, 임 위원은 마이펫플러스 대표, 이 위원은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수 의석을 획득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식물정부’가 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김기현 대표는 “당대표 처신은 당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급기야 김기현 대표는 25일 지역구에서 의정 보고회를 열었다. 앞서 24일에는 “울산은 내 지역구인데, 울산 가는 게 왜 화제냐”고 했다. 대구의 한 중진의원은 공천탈락에 대비해 무소속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속담도 있다. 대통령이 정치적 어려움에 처해 있어도 입다물고 있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당이 어려운 입장에 있어도 자신만 살면된다는 국회의원들이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는 없다.

인요한 혁신위가 ‘희생과 헌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계 의원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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