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갤러리] 김지원 작가의 '소비로 보는 일상적 삶'
[대구갤러리] 김지원 작가의 '소비로 보는 일상적 삶'
  • 승인 2023.12.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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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 작-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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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쌓이는 영수증에서 일상적 삶의 내밀한 면모를 발견하고 소재로 삼아 작업을 시작했다. 쌓여있는 영수증 중에 오래되어 바래지거나 얼룩져 활자가 지워지고 번져있는 것들을 보며 반복하며 무감각해지는 일상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영수증을 화면에 나열하며 자본주의적 삶의 일상을 소비목록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 화면에 비슷한 크기, 비슷한 흑백의 색채, 가지런히 나열되는 활자의 정렬은 소비를 통해 드러나는 나의 일상적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기 위해 화면에 다양한 크기의 검게 열화된 영수증을 모아서 구성한 이미지를 출력했다. 그런데 프린터의 고장으로 검은 패턴이 그려진 화면 위에 전체적으로 하얀 줄이 여럿 그어진 것처럼 인쇄돼 의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패턴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프린터의 고장이라는 우연한 상황으로 화면의 질서가 새롭게 재구성된 것을 보면서 순간 새로운 발상으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돌발적 사건으로 인해 삶이 일상의 경로에서 일탈하며 새롭게 각성되는 것처럼 작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착안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잘못 출력된 이미지를 큰 화면에 수묵으로 재현해 이후 작업의 출발점이 되는 모델을 만들었다. 패턴의 구성과 변화에 초점을 맞춰 영수증을 직접 화면에 붙이던 방식에서 한지에 수묵으로 직접 그리는 방식으로 표현방법에도 변화를 줬다. 수묵은 한지에 스미고 번지며 다양한 우연성의 효과를 보이는 재료이다.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선을 반복하여 그으며 번짐의 정도와 힘의 세기에 따라 새롭게 벌어지는 변화를 만날 수 있었다.

반복된 변화는 다시 새로운 패턴이 된다. 100호 화판 두 개를 이어 붙여 완성한 모델에서 출발해 다시 작업을 했다. 지도를 확대하듯 모델이 되는 그림에 그려진 검은 패턴의 일부를 확대하거나 변형하며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구상작업이지만 결론적으로는 추상으로 보였다.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 배율을 달리하며 부분을 확대하고 변형하면서 작업은 더 이상 삶을 재현하지 않고 스스로를 재구성하며 낯선 세계가 됐다. 작업이 새로운 방법으로 전개되면서 작업에 대한 태도에도 변화가 왔다.

삶을 창작의 대상으로 보던 시각에서 탈피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다른 방식의 삶으로서 작업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김지원 작가
김지원 작가
※ 김지원 작가는 영남대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대구 제이원 갤러리, 칠곡 오모크갤러리 등에서 3회의 개인전과 대구 학생문화센터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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