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디카시’의 매력
[데스크칼럼]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 ‘디카시’의 매력
  • 승인 2023.12.1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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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뉴미디어부장
해마다 연말이면 ‘신춘문예’ 당선작 발표를 앞둔 수많은 작가지망생들의 마음은 긴장과 기대감으로 가득찬다. 주로 단편소설, 시, 희곡, 평론 등의 분야에서 공모를 하는 신춘문예는 당선이 되면 기성작가로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쏠쏠한 상금까지 주어지니 꽤나 매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대 일에서 수천 대 일까지 경쟁률도 엄청나다.

전국의 일간지와 문학지 등에서 여전히 신춘문예 공모를 하고 있고 연말을 마음 졸이며 보내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굳이 등단을 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발표하고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그 매력이 다소 줄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종이에 인쇄된 활자의 매력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지만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레드, X(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순간순간 느낀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바로 바로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흐름때문에 공모전을 여는 곳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최근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구신문에서 ‘신춘문예’공모를 시작했다. ‘신춘문예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거 아니었나’, ‘왜?’라는 속내를 숨기지 못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신춘 디카시 공모대전’, 모집부문이 조금 특별하다. 이쯤되면 ‘디카시가 뭐지?’라는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디카시(Digital Camera 詩)는 국어사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로 표현한 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학 장르로, 언어 예술이라는 기존 시의 범주를 확장하여 영상과 문자를 하나의 텍스트로 결합한 멀티 언어 예술이다’라고. 이 용어를 처음 쓴 이는 경남 고성 출신의 이상옥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인은 2004년 디지털한국문학도서관 개인서재에 50편의 디카시를 연재하고 그해 최초의 디카시집인 ‘고성 가도’를 출간했다. 2010년 이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디카시도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며 현재는 전국 곳곳에서 문인회가 결성되어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서동균 시인의 디카시 작품인 ‘봄’이 실려 현대문학의 한 장르로 인정을 받고 있다.

디카시라고 하면 사진을 놓고 시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만 디카시에서 사진과 시는 각각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다. 자연, 인물, 사물 등에서 느끼는 감동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시를 쓰는 것이다. 사진과 5행이내의 시로 이루어진 디카시는 SNS를 통해 바로 공유하기에 적합하다.

지난 8일 한달간의 공모기간이 끝이 났다. 대구에 본사를 둔 지역 일간지임에도 대구·경북은 물론 서울, 부산, 경기, 강원, 충청, 경남, 전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700여명이 공모에 참여를 했다. 작품수로는 2천편이 넘는다. 미국, 캐나다, 중국 등 해외에서도 메일이 날아들었다.

나름 뉴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조금은 앞서 걸어간다고 생각하는 필자에게도 다소 생소한 장르였기에 디지털 세대의 응모가 많을거라고 생각했는데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를 했다. 특히 중년층의 호응이 컸다.

앞서 ‘지역 일간지’라는 것을 굳이 언급한 것은 ‘온라인 세계에서는 지역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져버렸다’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지면신문의 시대에서는 지역 일간지에서 이러한 공모를 하고 있다는 것이 대구 경북을 넘어, 전국, 그리고 해외까지 알려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지금은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는 시대다. 지역이라는 한계에 갇힐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런 맥락에서 디카시 역시 순간의 감흥을 시간과 장소의 장벽 없이 공유할 수 있다.

작품을 정리하다가 ‘디카시를 쓰는 동안 설레고 행복했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았는데 주위를 둘러보게 되었다’는 한 응모자의 메시지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스쳐지나가는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소중한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로 공유할 수 있는것, 어쩌면 이것이 바로 디카시의 매력이 아닐까. 여기에 덧붙여 디지털 사진과 아날로그 감성의 시쓰기가 결합된 디카시가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개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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