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다름이 존중받는 2024년을 소망합니다
[대구복지논단] 다름이 존중받는 2024년을 소망합니다
  • 승인 2023.12.26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보리 대구시사회복지사협회장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있다. 수년간 전 세계를 뒤덮었던 코로나 19의 어둠에서 벗어나 새롭게 출발한 한 해였지만 대내외적으로 그다지 희망적인 뉴스를 접하기 힘든 해였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많은 희생이 발생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밝고 희망찬 소식보다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 여러 영역에서 나타나는 정치, 사회문제로 인해 걱정스럽고 안타까운 뉴스들이 많은 한해였다.

복지관에 근무하면 여러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분들이 함께 하는 공간이다 보니 가끔 논쟁이나 다툼이 생기고 이를 중재하거나 해결하는 것이 사회복지사의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작은 양보로 해결되거나 양립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본인의 생각만이 옳다라는 신념 때문에 도통 해결되지 않는 장면을 경험한다. 살아온 역사가 다르고 처해진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어느 사회이건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종교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젠더갈등, 지역갈등과 같이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고민하고, 논쟁하고, 다투고, 때로는 서로의 목숨을 앗아가는 전쟁까지 벌어진다. 여기에 드러나는 갈등의 원인을 보면 많은 부분이 생각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어느 곳에서나 생각의 차이는 있다. 그러나 이 생각의 차이를 틀림으로 받아들이고, 마땅히 논의할 것들이 논쟁하게 되고, 토론하고 합의해야 할 것들을, 배척하고, 때로는 힘으로 대체해 버릴 때 갈등의 상황은 매우 심각해진다.

우리에게는 유난히 고쳐지지 않는 언어습관이 있다. 우리는 종종 ‘다르다’라는 단어와 ‘틀리다’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내 생각은 틀린데’처럼 ‘다르다’는 단어를 ‘틀리다’로 오용한다. 다르다는 것은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다. 다르기에 논의가 가능하고 협상이 가능하다. 공존이 가능한 영역이다. 반면에 틀리다는 것은 선악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틀리기 때문에 논쟁하여야 하고 싸워야 하고 누군가 한 쪽은 지거나 배제되어야 한다.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갈등과 논쟁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정치, 사회적 갈등은 대화, 협의, 양보, 타협의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세대에 따라, 살고 있는 지역에 따라, 하고 있는 일에 따라, 다양한 생각들이 충돌하고 있다. 또한 지금 우리사회는 많은 욕구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쉬운 방법으로 표현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SNS를 통해서 SNS는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게 된다. 이는 자유로운 참여를 강화하고 민주적인 소통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반면에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무분별한 비방이나 거짓은 사회적 갈등과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사회복지현장에서도 다양한 갈등은 존재한다. 이용자간의 갈등, 직원과 이용자간의 갈등, 직원간의 갈등, 조직 간의 갈등, 복지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차로 인해 생기는 갈등이다. 업무의 많은 부분들이 이와 같은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 할 수도 있다. 사실 갈등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갈등은 사회적인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서로의 욕구를 명확하게 숨겨진 불만을 있는 그대로 표출시키기 위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새로운 대안과 창의적인 생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갈등을 이렇게 선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는 사회문화 또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에 달려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아서 많이 다투었던 2023년이 저물고 있다. 사회구성원들 속에 남은 많은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논쟁보다는 논의로, 투쟁보다는 합의로, 배제보다는 공존을 모색할 때 우리는 더 건강하고 다양성이 넘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은 다르다’고 용기 있게 말하고 ‘너의 생각을 존중해’라는 말이 아름다운 미덕이 되는 2024년을 기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