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명 검증’이 돼가는 민주당의 후보자 적격 심사
[사설] ‘친명 검증’이 돼가는 민주당의 후보자 적격 심사
  • 승인 2023.12.27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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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계파 갈등과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터져 나오면서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후보자 검증위원회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비명계 인사들이 부당한 판정 결과에 불복해 연이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당 내외에서는 드디어 민주당의 ‘공천 학살’이 시작됐다거나 후보자 검증이 아니라 ‘친명 검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적격 판정을 받은 예비후보 중에는 이낙연 신당으로 가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 지역구인 경기 고양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최성 전 고양시장은 ‘당정협력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후보자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이에 최 전 시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이재명 대표를 비판했고 이낙연계 인사로 분류되는 데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자신에 대한 부적격 판정이 ‘비명계 혹은 친이낙연계에 대한 숙청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낙연 신당으로 가겠다고 했다.

친명계 조정식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시흥을에 도전한 김윤식 전 시흥시장도 지난 총선에서 경선 불복으로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당시 경선도 없었는데 어떻게 경선 불복이 있을 수 있냐’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과거 남총련 의장으로서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에 직접 연루된 정의찬 당 대표 특보는 여론 악화로 번복되기는 했지만 적격 판정을 받았었다. ‘친명 검증’이라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보면 민주당의 비명계 공천 학살은 진작부터 예견되고도 남은 일이었다. 이재명 대표는 입으로는 당내 화합을 말하고 있지만 앞으로 자기 수족이 돼 자신을 방탄해줄 후보를 공천하려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런 뜻에서 지난번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표를 던진 의원들은 위태롭게 보인다. 비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친명 예비후보가 대거 등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당 고문들도 그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4일이 있었던 정세균, 김부겸 두 전 총리의 회동에서도 양측은 ‘총선 공천 경선 문제를 두고 당내에서 잇달아 잡음이 터져 나오는 데 대해 두 전 총리 사이에서 큰 우려가 오갔다’고 전했다. 이낙연 전 총리가 우려하는 것도 바로 그 점이다. 민주당이 이재명의 사당이 되는 것은 한국의 정치나 민주당 자신을 위해서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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