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대신 지도를 펼쳐라
달력 대신 지도를 펼쳐라
  • 여인호
  • 승인 2024.01.0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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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을 많이 남기고 얼마 전 타계하신 우리 시대의 석학인 이어령 선생의 말씀 중 하나는 ‘연초에 달력을 보지 말고 지도를 펼쳐라’입니다. 그 뜻은 단순합니다. 달력을 본다는 것은 나의 계획을 생각하는 것입니다. 달력을 보면 어제는 뭘 했고 오늘은 뭘 하고 내일은 뭘 할지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주로 나를 중심으로 내가 무엇을 하고 언제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것이 주가 됩니다. 그러니까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좁은 내 주변의 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중요시하는 것이 달력을 보는 것입니다. 반면 지도를 본다는 것은 현재 내 주변, 우리나라, 더 나아가서는 세계를 한 눈에 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합니다. 내가 지금 할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나랑 관련이 없어도 언젠가 가깝거나 먼 미래에 내가 어디에 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할지 지금 당장의 나와는 관계없지만 언젠가의 나랑은 관계가 있을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내가 할 일도 중요한 것이 맞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무엇을 못 하면 곤란한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의 나에만 머물러 버린다면 미래의 나를 위한 더 큰 꿈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세계지도를 펼쳤을 때 당장 내가 안 가본 나라가 얼마나 많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본 나라보다 안 가본 나라가 더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이 영원히 안 가보고 끝날 나라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다른 나라들에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보다는 잘 알려진 나라들은 어디에 있는 어떤 나라인지, 수도는 어디인지, 인구는 얼마인지, 무엇이 유명한지 아는 것이 나중에 그 나라에 가게 되었거나 혹은 그 나라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 때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입니다. 그 나라 사람들과 만나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 이야기를 하게 될 텐데 아예 모르는 나라인 것 보다는 조금이라도 아는 나라가 되는 것이 대화에 더 좋겠지요. 결국 지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꿈을 꾸는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랑 같은 시간을 살며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도 있습니다. 당장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금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어떤 나라들이며,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왜 전쟁을 하는지 지도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도만 봐도 영토의 위치, 형태 등이 왜 갈등을 일으키는지 짐작을 하게 합니다. 결국 지도를 보면 세계의 흐름을 대충 파악할 수 있습니다. 넓은 세상을 폭넓게 보는 눈을 지도가 길러줍니다.

지도는 역사도 알려줍니다. 지도를 보면 다른 여러 나라들과 달리 아프리카는 넓은 대륙을 그냥 가로 세로 수직으로 죽죽 그어 국경을 만든 나라가 많습니다. 그걸 보면 누구라도 이상함을느낍니다. 지구상에 다른 어떤 대륙도 그렇지 않은데 유독 아프리카에만 가로 세로 네모 반듯하게 나누어진 나라가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서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서구 열강의 두 나라, 영국과 프랑스가 경쟁을 줄이기 위해 아프리카를 그냥 두부 자르듯이 가로 세로로 반듯하게 나누어 식민지를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립 이후로도 식민지 시대 국경을 대부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에 유독 내전이 많고 혼란스러운 나라가 많은 이유도 그렇게 알 수 있습니다. 원래 아프리카는 부족 중심으로 나라를 이루어 살던 곳이었는데, 유럽 열강들이 자기들 편한 대로만 나라를 막 나누다 보니 부족과 전혀 상관없이 나라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 같은 부족이 다른 나라가 되면서 갈등이 심해져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는 지금도 검은 대륙으로 문명의 그늘 아래 힘겹고 가난하게 살고 있는 나라가 많습니다.

이외에도 지도를 펼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게 너무 많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당장 학교에서 받은 사회과부도만 펼쳐 봐도 세계가 한 눈에 보입니다. 그렇다면 의문이 듭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 내 주변의 사람과는 거의 관계가 없는데 이걸 왜 알아야 할까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우리가 좁은 우리나라 안에서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지구촌 시대, 세계라는 울타리는 이제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지금 당장 어느 나라라도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세계 수백 개의 나라를 다 알 필요는 없지만 뉴스와 신문에 어떤 나라가 나왔을 때 그 나라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생소한 것보다는 한번쯤 지도에서 본 나라가 되면 삶이 달라집니다. 그것이 상식이고 지구촌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교양이자 문화입니다.

새해가 되었으니 새 달력에 날짜를 표시하며 계획을 세우는 것과 함께 세계 지도를 펼쳐서 세계의 오늘은 어떨지 알아봅시다. 그것이 나의 내일이 되고 내 꿈이 됩니다. 김민중 <서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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