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 -“꿈 꾸면 언젠가 이뤄진다” 디즈니가 건넨 희망메시지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 ‘위시’ -“꿈 꾸면 언젠가 이뤄진다” 디즈니가 건넨 희망메시지
  • 김민주
  • 승인 2024.01.0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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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이뤄지는 왕국 로사스 배경
왕의 비밀 깨닫고 변화하는 ‘아샤’
친구·왕국 사람들 모두 힘 모아
소원 되찾는 특별한 여정 그려내
빈약한 서사 아쉬움으로 남지만
극 전반 채우는 환상적인 영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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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시’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2024년 푸른 용의 해,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누구 하나 아픈 사람 없이, 모든 사람들이 건강하길 바랍니다’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은 채 떠오르는 새해 첫 해를 바라보며 소원을 빌었다. 재물, 애정, 성공, 성적 향상 등 저마다 소원의 종류는 다를 것이다. 그렇지만 온 마음으로 빌었던 새해 소망은 한 해를 이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소원은 때로는 삶을 이끌어 가는 강력한 힘을 지니기도 한다. 하늘 위 반짝거리는 별에는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3일 개봉한 영화 ‘위시’는 밤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던 순수한 마음에 대한 보답이 담긴 디즈니의 새해 선물이다. 영화는 소원이 이뤄진다는 신비한 왕국 ‘로사스’를 배경으로 한다. 로사스를 이끄는 매그니피코 왕(크리스 파인)은 스스로 터득한 마법의 힘을 지닌 지배자이다. 매그니피코는 백성들이 18살이 되면 소원을 물어보고 그 소원을 구슬로 만들어 안전하게 지켜 준다. 왕이 소원을 지켜주는 대신 소원을 바친 사람들은 이에 관한 기억을 잃어버린다.

왕은 백성들이 맡긴 소원을 한 달에 한 번 소원성취식을 통해 이뤄주면서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지지를 받는다. 다른 왕국에서 꿈이 좌절된 이들은 매그니피코가 언젠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 줄 거라 믿고 로사스로 이주한다. 왕국이 커지면서 왕이 관리하는 소원도 늘어간다.

영화 ‘위시’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총명한 소녀 아샤(아리아나 더보즈)는 요즘 고민이 깊다. 100번째 생일을 앞둔 할아버지의 소원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소원을 위해 어릴 적부터 동경해오던 매그니피코 왕의 견습생이 되기 위해 성에 찾아간 아샤는 왕의 숨겨진 음모를 알게 된다. 사실 왕은 자기 마음에 드는 소원만 선택해 들어줬고 소원을 바친 사람들은 기억과 희망을 잃은 채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 아샤는 탑에 갇힌 소원들을 풀어주기로 결심한다. 상심에 빠져 기도하는 그녀를 돕기 위해 하늘에서 별이 떨어진다. 동물들에게 사람의 말을 부여하는 별의 특별한 힘은 마법을 쓰는 왕에게 맞서기에 충분했다. 아샤는 별, 염소 친구 발렌티노,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로사스 왕국 사람들의 소망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소원’이란 테마는 디즈니의 오랜 화두였다. ‘인어공주’의 에리얼은 바다 위 세상을 꿈꿨고 ‘알라딘’에는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 지니가 있었으며 제페토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길 별똥별을 보며 기도했다. ‘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위시’는 아샤가 매그니피코에 맞서 사람들의 꿈을 되찾아 주는 과정을 통해 ‘꿈꿀 수 있다면,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던 디즈니의 가치관을 구현했다.

아샤는 힘이 없지만 간절하게 기도한다. 이런 간절한 바람에 응답해 하늘에서 강력한 마법을 부리는 별이 내려와 그를 돕는다. 한 가지 독특한 점은 그간 대부분 디즈니 작품에서 소수의 사람이 악당에 맞서던 것과 달리 ‘위시’에서는 온 백성이 독재자 매그니피코를 몰아내려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민중 혁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아샤가 매그니피코를 고발하고 백성들이 이에 동조해 함께 ‘노잉 왓 아이 노우 나우’(Knowing What I Know Now)를 부르는 장면에선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화 ‘위시’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올해로 설립 100주년을 맞은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수많은 명작을 탄생시키며 어린이들에게는 순수한 동심을,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심어줬다. 물론 한때는 내놓은 작품마다 흥행 실패를 겪었고 캐릭터나 스토리가 똑같다는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디즈니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변화하며 이런 위기를 돌파해왔다. ‘모아나’, ‘엔칸토: 마법의 세계’ 등에서 다양한 인종의 주인공을 등장시키며 공감대를 넓혀갔다. 여성 캐릭터는 백마 탄 왕자가 구해 주기를 기다리는 공주에서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는 주체적 여자로 점차 바뀌었다. ‘겨울왕국’을 제작한 크리스 벅과 제니퍼 리가 힘을 합쳐 만든 영화 ‘위시’의 주인공 아샤 또한 용기를 발휘해 자신만의 힘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다.

하지만 영화의 늘어지고 빈약한 서사는 조금 아쉽다. ‘소원을 바치고 살아간다’라는 설정 때문에 현명했던 매그니피코가 느닷없이 사악한 악당으로 전락하는 과정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연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도 너무 익숙하다. 마법으로 말을 하게 된 염소 발렌티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익히 봤던 캐릭터다. 아샤의 조력자들 역시 평면적이라는 느낌만 든다. 뼈대가 약하니 캐릭터가 잘 돋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별이 보여주는 마법이나 귀여운 매력이 짧게나마 미소를 짓게 할 뿐이다.

물론 메시지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누구나 큰 꿈을 꿀 수 있고, 이 소원을 계속 빌면 언젠가는 이뤄진다는 희망을 전한다.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아도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도 삶 속에 행복이 깃든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분명 동심을 자극하고 ‘내 꿈은 무엇일까’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소박해 보이지만 ‘모두에게 영감을 주고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싶다’는 아샤 할아버지의 소원은 마치 디즈니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상징이자 진심으로 느껴진다.

영화 ‘위시’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애니메이션의 영상미는 아름답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환상적이고 따뜻한 분위기가 극 전반에 녹아있다. 통통 튀고 환하게 빛나는 별 캐릭터는 상영 시간 내내 웃음을 주며 보는 맛을 더한다. 영화의 OST도 큰 역할을 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리아나 데보스의 ‘디스 위시(This Wish)’를 비롯한 다양한 노래들은 관객의 집중력을 높인다. 한국에서는 메인 테마곡 ‘소원을 빌어’ 음원을 아이브의 안유진이 불러 큰 화제를 얻었으며 현재 유튜브 뮤직비디오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디즈니 팬이라면 ‘위시’를 통해 100주년의 의미를 찾는 재미도 있다. 엔딩 크레딧에는 별이 만들어낸 역대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반가움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긴다. ‘라이언킹’, ‘인어공주’, ‘밤비’, ‘푸우’ 등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반가운 캐릭터들이 마치 별자리처럼 표현이 돼 눈을 즐겁게 한다. 마지막 쿠키영상까지 놓치지 않고 집중한다면 소원을 이룬 누군가를 만나볼 수도 있다.

김민주기자 kmj@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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