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복지논단] 보편적 돌봄과 복지의 미래
[대구복지논단] 보편적 돌봄과 복지의 미래
  • 승인 2024.01.0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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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후남 상록수재단 이사장
청룡의 힘찬 기운으로 2024년 새해를 시작한다. 새해면 으레 새로운 계획과 결심으로 희망찬 미래를 노래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조직의 새로운 비전과 행동 규범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하는 사람, 개인의 미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해, 새 희망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저마다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전망하면서 자신들의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듯 하다. ‘2024년 대한민국의 새로운 흐름, 변화 모습은 어떠할까?’

모호하다. 적어도 먹고 사는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모호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모나리자’ 같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는 슬픈지 찡그린지 알 수 없는 오묘한 미소로 유명한데 세계 경제와 우리나라의 미래 모습이 모나리자처럼 모호하다고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 그래서 더더욱 변화의 흐름을 성찰하는 진지한 자세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복지와 관련된 미래, 변화의 흐름은 어떠할까?’

‘보편적 돌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전망이 눈길을 끈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팀은 매년 변화의 흐름을 담은 ‘트렌드 코리아’를 발간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째라고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내놓은 10개의 키워드 가운데 필자가 주목한 것은 2개. 바로 호모 프롬프트와 돌봄 경제다. 인공지능, AI 기술이 다양한 방향에서 우리 사회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고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다양한 실천 방법들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달서구사회복지협의회에서 주관한 ‘인공지능 챗GPT 활용교육’을 통해 그 가능성과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트렌트코리아 2024에서 내놓은 ‘돌봄’이라는 키워드에서는 의아심이 생긴다. 사실 돌봄이라는 단어가 회자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돌봄과 돌봄경제를 2024년 새로운 트렌드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인 것일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5월 마침내 코로나19 비상상태를 해제했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이 뼈아픈 경험이 남긴 교훈으로 ‘돌봄’에 주목하는 토론이 시작됐다. 평소에 익숙했던 일상이 방역 조치로 중단되자 우리는 서로 돌보고 돌봄 받는 존재였음을 망각하고 살아왔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대목을 상기하면서 새로운 돌봄의 철학과 가치에 대한 토론이 이어진 것이다.

매사추세츠주 경제학과 교수 낸시 폴브레는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장을 이끈 원동력이 자신의 이윤을 좇는 ‘보이지 않는 손’이었다면 개인주의 사회에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경제적 요건은 다른 사람을 돌보려는 ‘보이지 않는 가슴’이라고 설파한다. 개인주의가 강화되는 이 시대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돌봄의 대상이자 주체가 되는 ‘보편적 돌봄’의 개념이 돌봄과 돌봄 경제를 새로운 트렌드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기본계획도 보편적 돌봄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듯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014~2028)을 마련했다. 사회서비스 분야의 최상위 계획이다. 이 계획은 ‘국민 누구나 필요할 때 누리는 질 높은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서비스 확충, 질 높은 서비스 제공, 공급 혁신 기반 조성 등 세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다.

보편적 돌봄 시대다. 돌봄을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해 나갈지에 대한 의지가 필요하고 중요해졌다. 우리는 모두 돌보는 사람이고,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다. 돌봄은 단순한 도움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건강함을 높이는 밑거름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김난도 교수팀은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느냐를 기준으로 배려돌봄, 정서돌봄, 관계돌봄으로 나누고 있다. 배려돌봄은 환자, 장애인, 영유아, 고령자 등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실질적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봄이다. 정서돌봄은 신체적 불편함을 살피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세심하게 보듬는 돌봄, 관계돌봄은 약자를 ‘일방적으로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돌보는 것을 의미한다.

배려돌봄을 위해 종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일, 정서돌봄, 관계돌봄을 위한 플랫폼 역할을 감당하는 일이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보편적 돌봄의 시대. 공동체 안에서 모두가 함께 누리는 돌봄 인식을 확산시키고, 돌봄 활동의 중심적 매개역할을 하는 것에서 복지의 미래와 우리의 역할을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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