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색’ 책 출간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자기성찰로 출발, 누군가의 삶에 자양분 됐으면”
‘인생사색’ 책 출간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 “자기성찰로 출발, 누군가의 삶에 자양분 됐으면”
  • 황인옥
  • 승인 2024.01.1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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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결실 맺은 정신적 결정체
여섯 가지 키워드로 3권 6부 구성
은퇴 이후 생의 본질적 질문 만나
정책자문위 활동 이론·실천 병행
디지털에 매료 e-book 먼저 출간
배움 향한 열정은 여전히 진행 중
이성근-영남대명예교수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1,2,3’을 출간한 이성근 교수

‘인간의 사회성 발달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발달심리학자인 에릭 에릭슨은 65세 이상의 노년기를 통합과 절망의 양립기라고 분석했다.

평생에 걸쳐 축적된 지혜가 자아와 우주로 통합되며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시기인 반면에, 신체적 노쇠, 직업적 은퇴, 가까운 이들의 죽음 등을 통해 무력감과 상실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 전자가 지배적일 때 행복한 노년을, 후자에 함몰될 때 절망적인 노년을 보내게 된다.

◇ 삶에서 깨달은 사색의 정수들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1,2,3’ 책으로 출간

‘이성근 교수의 인생사색1,2,3(이하 이성근의 인생사색)’를 출간한 이성근 영남대 명예교수이자 (사)한국지역균형연구원 이사장에게 노년기는 사색과 성찰의 시기로 다가온다.

그가 인터뷰에서 “은퇴기는 여유와 사색으로 점철되는 시기”라고 언급한 것이 그 증거다. 책 ‘이성근의 인생사색’은 그가 은퇴기에 만난 사색의 향기이자 마음의 쉼표다.

노년기는 인생 전반을 반추하며 성찰하는 시기다. 그 또한 사회적인 역할들을 내려놓고 시간과 정서적인 여유를 찾게 되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가치와 본질에 대한 질문들과 맞닥뜨렸다.

본격적인 성찰의 시작이었다. 특히 도시에서 자연으로 생활의 터전을 옮기면서 사유적인 태도는 더욱 짙어졌다.

그가 자연으로 떠난 시기는 정년퇴직 1년 전이다. 평생 몸 담았던 영남대에서 정년퇴직을 목전에 두고 자연에 터전을 잡았다.

현재 그는 대구와 제주를 오가며 제주의 유려한 자연속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서귀포 혁신 도시에 거주하며 건강을 위한 소일거리로 텃밭을 가꾸며, 사색과 집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 ‘이성근의 인생사색’은 그가 노년기에 결실을 맺은 충만한 정신성의 결정체다. 틈틈이 떠오르는 인생과 세상을 향한 사유의 단상들을 글로 남겼고, 그 정수들을 모아 지난해 5월에 전자책을, 9월에 개정판으로 종이책을 펴냈다. 그가 “책 제목인 ‘사색’은 생각, 사유, 사고를 포함한다”며 이번에 개정한 책이 “정신 작용의 결정체”임을 언급한다.

책은 총 3권, 6부로 구성된다. 개념과 계획, 태도와 습관, 지향가치, 관리, 멘토 등 크게 여섯 가지 키워드가 책의 내용을 주도한다.

그는 이 여섯 가지 키워드를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충분조건”이라고 언급했다. 먼저 1권은 현상에 대한 일반적 지식이나 관념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1부 ‘개념을 알고 살자’,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고 열 두 개의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인생계획을 서술한 2부 ‘계획을 세우고 살자’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2권에는 삶의 만족도와 행복 수준을 높이기 위한 3부 ‘바른 태도와 좋은 습관을 만들자’와 삶의 방향타와 관련한 4부 ‘인생의 지향 가치를 정하자’가 서술됐다.

또 3권에는 목적하는 삶을 가능하게 하는 5부 ‘인생 관리를 잘하자’와 사리분별력의 판단 기준에 관한 6부 ‘멘토를 가지고 살자’가 아로 새겨져 있다.

◇ 글쓰기로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다.

그의 집필 활동이 은퇴 이후 찾아온 새로운 관심사는 아니었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평생 글쓰기를 병행해 온 연장이었다.

교수 재직 시기에 썼던 글들의 주제가 전공과 관련됐다면, 현직에서 은퇴한 지금은 “인생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의 본질과 관련된 주제들이라는 점만 달라졌을 뿐이다.

지식적인 글쓰기에서 사유적인 글쓰기로 글의 주제가 변한 결정적인 이유는 은퇴 이후 찾아온 여유였다. 치열했던 삶의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다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면서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간의 여러 가지 즐거움과 아쉬움을 회상하면서 특히, 지난 인생에서 아쉬웠던 점을 반추하고 앞으로 남은 인생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깨달은 바를 정리했다”는 것이 그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그의 글쓰기가 자신의 인생을 성찰하고 정리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지금같은 지속성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배후에는 인생 후배들에 대한 배려도 있었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집필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가 “나의 글쓰기가 지난 삶에 대한 실수나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자기반성으로부터 출발했지만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 끝없는 배움이 은퇴기의 충만하고 행복한 삶 이끌다.

노년기의 고양된 정신성에 대한 예찬은 차고 넘친다.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에 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나 “노년은 철학하는 사람”이라고 한 에릭 에릭슨의 말은 모두 노년기의 한껏 고양된 정신 작용에 대한 언급들이다.

노년기의 정신성은 각성된 의식 상태를 말하는데, 이는 지식과 경험의 총합이다. 그의 사유 또한 인류사의 세계적인 철학자들의 지성에 영향을 받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가 소크라테스와 칸트 등의 철학자들을 줄줄이 소환한 것이 그 증거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르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요한 하이징아는 “사유하는 인간”,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 프란시스 베이컨의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 칸트의 “나는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다” 등의 어록들을 줄줄이 언급했다.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들이 모두 깨달음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각자의 내면과 지성에 따라 반응이 제각각 달라진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내적 프리즘에 따라 깨달음의 지수도 현저하게 차이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생의 순간순간 맞닥뜨렸던 위기나 희열의 순간들을 반추하며 위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들을 자신만의 감수성으로 재해석해 갔다. 여기에 제주의 자연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지혜 또한 큰 스승으로 삼았다.

◇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위한 배움은 끝이 없다.

은퇴기인 지금도 그는 여전히 책을 읽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평생 학문과 함께 한 그이지만 배움을 향한 열정은 은퇴기인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 중이다. 그는 인생을 △학업의 성장기 △일하는 성취기 △유유자적의 은퇴기 등의 삼모작으로 분류한다. 배움이야말로 “인생 전반에 걸쳐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는 “아는 것이 힘”이라는 확고한 믿음 때문이다. 그에게 앎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이끄는 원천”이다.

그의 배움은 디지털 분야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그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디지털 활용에 능수능란하다. 디지털은 끝없는 배움의 여정에서 은퇴기에 새롭게 흥미롭게 만난 분야다.

그는 휴대폰으로 구글 블로그인 티스토리에 글을 작성해 올릴 만큼 디지털 활용에 능수능란하다. “시간이나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 그가 디지털에 매료된 이유다.

이번에 출간한 ‘이성근의 인생사색’을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먼저 출간한 것에서 그가 디지털 환경에 얼마나 적극적인지가 묻어난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도시 및 지역계획 전공으로 행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영남대 지역개발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둥 다양한 정책자문위원회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이론과 실천의 병행이었다. 그 와중에 책도 41권(개정판 포함) 출간했다.

그의 성실함은 의미 있는 수상 기록들이 증명한다. 그는 제42회 경상북도 문화상(인문사회부분)에 선정되고, (사)한국지역개발학회 30주년 기념 최우수학술상(논문부분)을 받았다. 그와 5인이 공저한 책 ‘성공전략과 협상’은 2003년 문화관광부 우수교양도서(인문사회부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모든 성취 뒤에는 특유의 성실함이 자리한다. “경남 창녕에서 도시로 상경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성실하게 사는 것뿐이었다. 그 성실함이 원하는 일을 가능하게 해주었고, 은퇴기인 지금까지도 내적 충만함에 집중할 수 있는 원천이 되고 있다.”

이번에 출간한 책 표지의 한지 그림은 그의 부인인 김미예 경북대 간호대학 명예교수의 작품이다. 김 명예교수가 은퇴 후 취미로 시작한 한지 그림이 책 표지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사실 그의 가족은 모두 대학 교수로 퇴직했거나 재직 중이다. 그와 그의 부인은 정년퇴직 했지만 두 딸은 현재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교수직이 “운명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교수로 살았던 지난날은 의미 있는 삶이었다. 그것은 곧 행복의 원천이었다. 돌이켜보면 모든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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