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림은 시간의 모래밭에 남겨진 우리의 발자국이다. 영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이며 흘려가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나의 그림 속의 점·선·숫자·문자 등의 기호들과 색채는 나의 기억 속에서 호명되어 나와 잠들어 있던 당신과 나의 기억세포를 일깨운다. 내 작업의 출발은 드로잉에서 비롯한다. 물론 베이스톤은 회라(공업용 칼)로 손의 움직임대로 밑칠을 한다. 이때 생기는 자연스런 현상들을 그대로 작업에 이용한다. 물감을 충분히 건조한 후에 펜·연필·가는붓을 이용해 낙서형식을 빌어 자유자재로 그려 나간다. 내게 있어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물론 수십번의 드로잉이 같이 동반한다. 이런 방식을 그대로 작업에 이용한다. 자동적인 시스템이 손에서 비롯되어 나는 그대로 몸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쏟아부을 따름이다.
※ 이석희 작가는 계명대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대구 동양갤러리, 대구 북구 문화회관 등에서 11회의 개인전과 4회의 2인전과 200여회의 그룹전을 열었다. 현재 한국미협, 대구현대미술협회, 영주미협, 신구상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